매주 영화 보는 남자 9월 마지막 주
매주 개봉일에 영화를 몰아보고,
영알못도 이해하기 쉬운 리뷰를 씁니다.
9월 마지막 주 개봉작
Q. 예매율 1위, 박스오피스 1위. 그만큼 설왕설래가 많은 영환데. 어땠나.
기자양반. <레버넌트> 봤나?
Q. 어 그거..디카프리오가 곰이랑 싸우는 영화?
응 맞다. 춥다고 죽은 말 파갖고 들어가서 자는 영화 하나 있지 않았나.
Q. 응. 근데 갑자기 <레버넌트>는 왜?
상도 많이 받은 훌륭한 영화기도 하지만 영화가 적잖이 잔인하잖아. <아수라>보고 가만 생각을 해보니까 딱 <레버넌트> 생각이 나더라고. 내가 <레버넌트> 너무 재밌게 봐서 데이트 하는 날 그거 봤다가...엄청 난처했던 경험이 있거든.
Q. 갑자기 그 얘기를 왜 하는 건데?
솔직히 나는 <아수라> 재밌게 봤는데, 데이트 영화로 <아수라> 볼 커플 한 쌍이라도 더 말리고 싶어서. 포스터만 보고 단순히 액션영화일거라고 생각하고 개봉 첫 날 달려가서 본 커플들, 지금 다 후회하고 있다고. <아수라>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고, 느와르 영화라는 걸 알아야해. 거기에 <레버넌트>보다 현실적으로 훨씬 더 잔인한 영화기도 하고.
Q. 한마디로 ‘나름 괜찮은 영환데, 잔인한 영화라는 걸 감수하고 봐야한다’?
그렇지. 정확히 남자들 타겟팅한 영화야. <신세계>같은 느와르물 좋아하는 남자들. 이게 양날의 검이라 여성 관객들에게는 거부감 드는 영화고. 근데 문제는 잔인한 게 좀 잔인해야 말이지.
Q. 그래. 안 그래도 너무 잔인하다고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더만.
맞아. 지금 여러 가지로 까이고 있는데...확실히 엄청 잔인해. 사람들 여럿 막 죽어나가고, 손가락 날아가고, 피칠갑 칼부림에..소리가 더 잔인하다는 사람도 여럿이더라고. 그렇다고 대놓고 고어영화는 아니지만, 같은 느와르인 <달콤한 인생>이나 <신세계>랑 비교하면 묘사나 표현이 훨씬 대놓고 잔인하지. 멋있게 표현하려 하지 않고 대놓고 표현한 거 같아.
Q. 말 듣고 보니 정우성 멋있다고 보러가는 그런 영화가 아닌 거네.
정우성이 멋있게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정우성이 나와서 시작부터 끝까지 쌍욕 하는 영화야. ‘에이 시발!’을 백 번 정도는 들은 것 같네. 욕설 연기 어색하다고 또 까던데, 나는 나름 신선하고 좋기만 하던걸? 그 멋있는 사람이 시발시발하고 다니니까 새롭고 짜릿했다랄까.
Q. 영화가 아수라판에 개연성이 없다는 비판도 많다.
아수라판인건 인정. 영화가 내내 과잉된 감정으로 계속 앞만 보고 달리니까 정신사나운 느낌은 분명 있지. 근데 이건 김성수 감독이 의도한 바도 어느 정도 있다고 봐. 그냥 말 그대로 아수라판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되려 성공 아닐까 싶은데. 개연성이 없다는 건 반대야. 솔직히 극 중 정우성이 맡은 한도경 캐릭터의 급변하는 심리에 대한 부분이 설명이 충분치 않아서 이해가 안 되긴 했지만, 적어도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었거든. 텐션도 차곡차곡 쌓여서 몰입도도 상당했고.
Q. 그래도 정우성을 제외한 배우들 연기는 다들 칭찬 일색이더라.
잔인한 영화가 괜찮다는 가정 하에, 황정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수라>를 무조건 봤으면 좋겠다. 연기가 미쳤다 진짜. 연기를 보는데, <밀정> 송강호 연기 볼 때 느낀 감정이랑 같은 감정을 느꼈다. 황정민이 맡은 박성배 캐릭터 보면서 ‘이야 진짜 나쁜 새끼’하면서 감탄했다 정말. 웃을 때, 울 때를 자유자재로 연기하는 걸 보고나니 ‘아 이 사람은 이제 대배우의 반열에 들어섰구나’ 싶더라고.
Q. 곽도원에 대한 칭찬도 많은데.
<곡성> 이후 애정하게 된 배우라 유심히 봤었다. 이 영화에서 황정민처럼 자칫하면 일전에 맡았던 역할의 반복, 이미지 소비가 될 수도 있는 검사 역할을 맡았는데, 또 다른 모습으로 훌륭히 해내더라. 마지막 장례식장 시퀀스에서 연기보면서 감탄했다.
Q. 감탄, 또 감탄이네.
사람들이 정우성 욕설이 어색하게 느껴져서 그렇지, 솔직히 <아수라>는 배우들 연기로는 까이면 안 되는 영화다. 진짜 지독하게들 연기 잘 하더라. 주지훈도 기대 이상이었다. 역할에 완벽히 체화돼서, 변해가는 심리를 표정으로 잘 보여줬고. 정만식은 <부당거래>랑 같은 검사의 보조 역할이면서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다.
Q. 애초에 <아수라>에 연출, 시나리오 기대 없이 캐릭터만 기대한 것도 있다며.
맞다. 사실 부패형사가 주인공인 이런 스토리, 친숙한 게 사실이잖아. ‘클리셰’라고 하지? 심하게 말해서 흔히 봐왔던 것들의 덩어리라고 할 수도 있지. 그리고 연출을 맡은 김성수 감독 같은 경우 솔직히 박찬욱, 봉준호 급으로 분류되지는 않으니까. <비트> 감독이기도 하니 옛날 감독이기도 하고. 사실 <아수라> 연출이 올드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공감한다. 이번 <아수라> 보면서도 세련되지 않고 투박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내레이션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 큰 기여를 해서 꼭 넣어야 했을까 싶은 생각이다.
Q. 아무튼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고 하니 이유가 궁금하다.
<달콤한 인생>, <신세계> 둘 다 재밌게 본 1인으로서, 느와르라는 장르에 충실한, 장르적 쾌감이 자극적이라 느껴질 만큼 확실한 영화라서 재밌었다. 개성 뚜렷한 캐릭터, 잔혹하고 사실적인 액션, 맛깔스런 대사, 잊지 않고 곳곳에 깔려있는 유머, 찰진 욕까지. 느와르에 나올 수 있는 건 <아수라>에 총망라 되어 있다. 물론 잔인하지만, 오락성이 짙은 잘 만든 오락영화이기도 하고. 중반부 카체이싱씬은 사실상 전무후무한 명장면아닌가? 그 장면에서 정우성 연기 장난 아니었다 진짜. 마지막 장례식장 액션씬도 지독해서 마음에 들었고. 말미로 갈수록 텐션을 차곡차곡 잘 쌓아서 긴장감과 몰입도가 높았던 점도 너무 좋았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Q. 그래서 흥행 전망은 밝지 않다고 본다면서.
<내부자들>이 청불영화로 900만 관객을 불러들인 탓에 <아수라>도 개봉 전에 대박 이야기가 솔솔 났던 것이 사실이지. 하지만, 영화가 너무 센 탓에 중박정도로 감지덕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가 개봉 둘째 날이었는데, 스코어가 드랍율 50%로 반 토막 났더라. <신세계>가 468만 봤는데, 이 정도 흥행만 해도 엄청 선방이라 생각한다.
Q. <아수라>를 보려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영화 잔인하니까 가족들이나 여자 친구랑 볼 생각은 1도 하지 마시기 바란다. 친구들이랑 캔맥주 500짜리 하나씩 사서 봐라. 느와르물을 좋아하고, 황정민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말 강력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