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의 고민 일기
휴가의 마지막 날, 아쉬움을 달래려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카페에 들렀다. 빵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다는, 그리고 무엇보다 통창으로 보이는 바다가 일품이라는 카페를 찾아갔다. 역시나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오전 10시에 찾아갔는데도 자리는 거의 만석이었다. (그 카페의 오픈 시간은 오전 9시이다.) 1층과 2층을 쭉 훑어보다가 (3층은 루프탑이어서 이 날씨에 갈 엄두가 안 났다.)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1층 자리를 선택하고 커피와 빵을 주문해서 아이들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리를 잡고 나서 시작되었다. 나는 왜 바다를 즐기러 간 카페에서 바다를 즐기지 못했을까?
더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커피를 마시는 내내 계속 나를 괴롭혔던 건 바로 이 생각이었다. 1층에 앉아서 커피와 빵을 먹다가 좋은 자리를 잡고 있던 사람들이 나가자 그 자리로 옮겼는데, 이때부터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2층에서 먹고 있을 걸 이라는 생각, 그랬다면 중간에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이라도 2층으로 다시 올라가 볼까' 등등, 지금보다 더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처음 1층에 앉았을 때도, 바다를 보는 게 아니고 계속 두리번 가리면서 더 좋은 자리가 나지 않을까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더 좋은 자리로 옮기고 난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더 좋은 자리에 대한 생각만 가득했다. 그래서 눈앞에 펼쳐져 있는 파란 바다, 내가 진짜 이 카페에 온 이유를 까마득하게 잊은 채 자리에 대한 생각으로 소중한 시간을 보내 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필요한 잡념을 모두 날리고 올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강릉의 파란 바다를 보기 시작했다.
비단 그날 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이건 내 삶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그래서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이다. 지금, 현재를 즐기지 못하게 하는 문제 이기도 하다. 카페에서도, 어디든 자리를 잡았다면 이제 남은 건 맛있는 커피와 빵을 즐기면서 눈앞에 펼쳐져 있는 바다를 보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난 척하면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 고 말하곤 했으면서 정작 나는 선택을 하고 나서, 좋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는 자꾸 과거로 돌아가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를 곱씹어 보면서 현재를 살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더 좋은 결과는 없었을까에 대한 욕심도 생겨났다. 1층에서 옮긴 자리도 충분히 좋은 자리였지만 나는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더 좋은 자리 (아마도 바다를 더 멀리 볼 수 있는 2층 창가 자리가 더 좋은 자리였을 거다.)에 대한 욕심을 키우면서 내가 카페에 온 목적을 잊는 우를 범했다. 이것도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더 좋은 것에 대한 욕심은 자연스러운 거고 이를 통해서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갈 수 있지만 이것도 끝이 없는 욕심이 문제인 거다. 적절한 수준에서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게 된다.
사실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어쩌면 결정을 번복하는 나의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무척 노력하고 있다. 생각의 전원 버튼을 만들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거나, 현재를 살지 못하게 한다고 느끼면 만들어 둔 전원 버튼을 켜서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매번 잘 동작하는 버튼은 아니지만.
카페에서 겪은 작은 에피소드를 너무 크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 작은 에피소드도 결국 나를 괴롭히는 큰 맥락에 속해 있다는 게 놀랍고 소름이 돋아서 글로 남겨 보기로 했다. 이 글을 통해 생각의 전원 버튼이 더 강력하게 작동할 수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ps. 이번 휴가의 마지막을 장식한 멋진 뷰를 가진 카페, 카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