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재미있다는데, 나는 왜

by 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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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면 다음엔 뭘 읽을까 찾는 게 설레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추천 도서 목록을 본다. "이번 달 MD 추천", "올해의 소설", "독자 평점 9점 이상". 그럴듯한 이름이 붙은 목록에서 괜찮아 보이는 책을 고른다. 표지를 보고, 줄거리를 읽고, 리뷰를 훑어보고. 별점 높고, 리뷰 많고, 추천 문구까지 그럴싸하면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렇게 책을 사도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열 권을 사면 대략 절반은 재밌고, 나머지 절반은 끝까지 읽지 못하고 책을 덮게 됐다.


끝까지 못 읽은 책들이 나쁜 책이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별점 5점을 줬고, MD가 직접 골라서 올린 책이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인생 책이었을 것이다. 다만, 나에게는 아니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재밌게 읽었다는 그 책이 나한테는 왜 재미가 없을까. 덮었던 책을 다시 한번 열어서 읽어보기도 했다. 왠지 책을 읽다 덮는 건 포기하는 느낌이 들어서 억지로 꾸역꾸역 읽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삶이 이렇게 유한한데, 책이라도 재밌는 책을 보면서 살자.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는 건 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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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대의 경험도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 책이 나왔을 때. 어떤 추천 목록에 올라오기도 전에, 별점이 몇 개 쌓이기도 전에, 그냥 그 작가의 신간이라는 이유 하나로 샀다. 누가 추천해서가 아니라, 이 사람이 쓴 글이라면 읽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추천 도서 목록에서 고르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행위다. 그래서 재밌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에도 취향이 있다. 좋은 책, 나쁜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좋은 책, 나에게 재밌는 책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생각해 봤다.

MD의 추천이 아니었다. 베스트셀러 목록도 아니었다. 별점 9점 이상의 리뷰도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책을 읽고, 비슷한 데서 감동하고, 비슷한 걸 재미없어하는 사람. 그 사람이 "이거 재밌었어"라고 말해주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추천이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믿고 사듯이, 취향이 맞는 사람의 말을 믿고 책을 집어 드는 것. 그런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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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 북스타그램을 구경해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예쁘게 찍은 책 사진과 짧은 감상평으로는 이 사람이 나와 취향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서점 리뷰는 더 어렵다. 수백 개의 리뷰 중에서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을 골라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돌고 돌아 나는 여전히 추천 목록 앞에 서 있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찾고 싶어졌다. 그 사람의 책장을 구경하고 싶어졌다. 그 사람이 재밌게 읽은 책이 뭔지 알고 싶어졌다.

만약 그런 게 가능하다면, 열 권 중 절반이 아니라 일곱, 여덟 권은 성공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가요.

추천 도서를 믿고 샀다가 실망한 적, 있으신가요? 반대로, 누군가의 취향을 믿고 집어 든 책이 딱 맞았던 적은요?

저는 그런 사람을 찾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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