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쉐어하우스는 처음이지
제주,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가족여행으로 몇 년에 한 번 찾던 대한민국의 애매한 휴양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도 올레길이 유행하던 무렵엔 친구와 가벼운 차림으로 걸었던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삼삼오오 바비큐 파티를 하고 다음 날 아침이면 부스스한 얼굴로 오름 투어도 갔다. 그것도 대학시절 한 두 번의 추억에 그치고 제주는 금세 잊혀졌다. 티비에서는 진귀한 해외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송들이 앞다투어 나오고, 바야흐로 해외여행이 폭발하던 시기로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까지 들려왔다. 우리 모두는 자동 출입국 심사의 신속함에 박수를 치며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놓는 동안, 회사의 시계도 반쯤 멈춰 한 달의 절반 가량만 일을 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안식년인가,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던가, 아니면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건가 방황을 했던가.
주변을 둘러본들 자신의 좌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당연하다 여기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고, 가장 연약한 존재들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스러지는 계절들이었다. 나에겐 얇아진 주머니와 넘치는 시간이 생겼다. 15년 회사생활을 믿고 그래 '오히려 좋아'를 일단 외치며 혼자서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찾다 보니 그렇게 제주를 찾게 되었다.
내가 아는 제주는 렌터카와 호텔 여행이 전부였는데, 코로나 비수기로 인해 아무리 저렴해졌다지만, 혼자서 일주일 남짓을 머무르기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리저리 뒤지다 보니 제주 여행자들이 모여있는 카페도 있네? 이참에 가입해서 보다 보니 여성전용 쉐어하우스라는 곳이 솔깃했다. 오, 공항버스도 한 번에 가는 위치인데 숙소에서 도보 3분 거리에 해안도로다. 호텔과 비교해보면 놀랍도록 싼 가격에 1인실을 쓸 수 있었다. 너른 마당이 있는 점이 몹시도 마음에 들어 로드뷰로 이렇게 저렇게 몇 번을 살펴보다 결국 일주일 숙소를 예약했다. 어떤 분들이 오는 걸까, 아무래도 쉐어하우스니까 덜 외롭겠지 기대하며 짐을 꾸렸다. 그리고 차 없는 뚜벅이 잘 다닐 수 있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그렇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