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매와 남원생활
공항버스 남원행을 타고 정류장에 내려서 조금 걸으니 예약한 숙소가 나타났다. 사진으로 이미 익숙한 저 하얀 집이구나, 시골 대문은 어떻게 여는 거지 몰라 낑낑거리다 겨우 들어갔다. 숙소 사장님은 공방에서 오고 계시는 중이라 먼저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 테니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라고 일러주셨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자 노랑머리 친구 둘이 나를 반겨주었다. 앗 자매인가, 잠시 생각하던 차 사장님이 오셨다. 또래의 여자 사장님은 앞으로 일주일간 지내게 될 방과 집 곳곳을 간단히 소개해주었다. 쉐어하우스는 처음이라 어리둥절했지만, 가정집 온기 덕분인지 어쩐지 편안히 잘 지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늦은 점심은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동네 맛집, 제주산 흑돼지 뼈로 만든 감자탕. 놀랍게도 상호명은 '서울 감자탕'이었다.
동네를 가볍게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니 그새 물놀이를 다녀오신 사장님이 태웃개가 코앞이라고 추천하신다. 지금이야 많이 알려진 스노클링 명소지만, 원래는 동네 사람들이나 다니던 작은 곳이라고 한다. 몇 시간 전에 만난 두 자매 친구들과 해 떨어지기 전에 가야 한다면서 갑작스레 물놀이를 출발했다. 숙소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로 10분이면 다다르는 곳이었다. 그런데 버스 하차 즈음해서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태웃개 도착도 전에 소나기를 만났다. 어차피 수영하면 젖을 텐데 뭐 어때, 오늘 처음 만난 친구들과 심술궂은 여름 비를 맞으며 태웃개로 달려갔다. 아직 훌러덩 겉옷을 던져 버리기엔 어색한 사이지만, 어쩌겠나. 우리는 시원한 용천수로 입수했다. 바다수영도 즐겁지만, 골목길 곳곳에 펼쳐진 여름의 녹음과 야생화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늘엔 몽글몽글 뭉게구름이 가득했다. 밤새 소나기가 한두 차례 더 쏟아졌다. 아 글쎄 오늘 처음 본 친구들이랑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왔네. 재밌는 일주일이 될 것 같다.
숙소는 방이 총 3개인데, 큰 안방은 2인실로 두 자매가 함께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부엌에 가까운 작은 방을 쓰게 되었다. 폭신한 1인용 토퍼 하나, 행거와 서랍 세트, 책상 하나와 탁상거울. 이렇게 단출하지만 필요한 것들로만 갖추어져 불편함이 없었다. 화장실이 조금 독특했는데, 제주의 전통가옥의 형태라고 한다. 부엌 끝에 화장실로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지만, 마당에서 물질하고 돌아오는 해녀들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마당에서 화장실로 연결되는 미닫이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캐리어에서 짐을 꺼내 이리저리 정리하고 나니 어딘가 수행자의 짐처럼 간결해 보이고 좋았다. 군더더기 없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지내보자. 내일은 일단 가까운 곳부터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