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가정 방문

요즘에도 가정 방문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하는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한편 선생님이 집에 오지 않길 바라기도 했다. 음료수 한 잔 내 드릴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6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담임선생님은 가장 먼저 반장과 부반장 그리고 각 부장들의 집을 방문하셨다. 그런 다음 번호대로 방문하려고 했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일부 몇 명만 방문하시기로 결정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매우 실망했다. 우리 집에 방문해 주실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은 집안 사정이 어려운 학생을 따로 조사해 파악해서 따로 방문하셨고, 이외 학생들의 집에는 방문하지 않으셨다. 나는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오시길 바랐다. 하지만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담임선생님과 함께 올 간부 아이에게 줄 과일과 과자, 음료수를 준비할 수 없다는 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차라리 오시지 않으면 집에 혼자 계신 아빠가 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것도 한몫했다. 누나와 형은 가정 방문을 하지 않았지만 등록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혹시 가정이 어렵거나 꼭 가정 방문을 해야 하는 아이 있니?”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망설였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선생님! 정순이네가 가정이 어려워요….”

“그래? 정순아, 나중에 따로 면담을 하자. 자자, 조용! 원래는 모든 집에 방문해야 하지만, 시간 관계상 그러지는 못하고 오닐까지 마지막으로 가정 방문을 할 예정이야. 혹시나 꼭 가정 방문을 희망하는 학생은 선생님에게 따로 말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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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께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고, 선생님은 우리 집을 방문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새 학기 가정 방문이 끝났다.

다음 날, 선생님은 조례 때 말씀하셨다.

“자, 이번에 가정 방문을 통해 가정이 어려운 학생 세 명은 육성회비를 면제해 주었어. 혹시 가정이 어렵거나 면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 있니?”

아이들은 서로 눈치만 보았다.

“그럼 정순이는 육성회비 50%를 면제해 주기로 할게. 면제를 받는다고 놀려서도 안 되고, 또 스스로 가난을 부끄러워해서도 안 돼. 언제든지 어려우면 선생님께 말하고. 알았지?”

그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선생님, 저요! 저희 집도 어려워요…. 아빠가 많이 편찮으세요…. 그래서 면제받아야 해요!’

그때 나는 선생님께 나의 환경에 대해 당당히 말하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왜 나는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걸까?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하면 부모님께서도 조금 덜 힘들지 않으셨을까? 이때부터 나는 가정 형편이 좋거나 또는 건강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아이들을 보면 괜히 샘이 났다.


‘부럽다…. 우리 아빠도 저렇게 출근했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도 저렇게 맛있는 요리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는 왜 병원에 안 가지? 좀 잘사는 친가들이 병원비를 보태 주면 안 되나? 내가 나중에 커서 다 갚으면 되는데…. 다른 친구 고모들은 조카랑 친한데, 우리 고모들은 왜 냉정할까?’


여기 잠깐! 심리학적 관점에서 마무리 하며

위에 에피소드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아이의 자아정체성, 자존감, 그리고 사회적 비교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되는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아이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며 수치심과 열등감(inferiority complex)을 느끼게 된다. 이는 심리적으로 자아 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선생님께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것은 표현 억제(emotional suppression)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은 감정을 내면에 억누르게 만들고, 결국 자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역할 전환(role reversal)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을 아이가 대신하게 되면서, 아이는 조기에 성숙을 경험하게 되지만 동시에 과도한 책임감과 심리적 부담을 안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삶에서 책임감이 과도하게 발달하거나, 스트레스에 더욱 민감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사회적 비교, 표현 억제, 그리고 역할 전환이 아이의 성장과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아이가 경험한 수치심과 불안감은 자존감과 성숙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아이는 자아를 형성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이와 같은 심리적 해석을 통해, 우리는 개인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관계가 성격과 자아 형성에 어떻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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