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변심과 가난으로 인한 열등감
나의 성격이 바뀐 건 어른들의 변심과 가난으로 인한 열등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신뢰했던 친가, 이웃 그리고 어른들을 불신했고, 빨리 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가난은 더욱 혹독해졌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다가 옆집에서 불고기 냄새가 나면, 발을 멈추고 한참 그 앞에 서서 향기로운 고기 냄새를 맡으며 배고픔을 달랜 적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차비가 없어서 1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학교를 걸어서 통학하기도 했다. 물론 나의 가난은 다른 이에 비하면 가난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당시 나로서는 가난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대야를 받쳐야 했고, 가끔 고양이 합창단이 몰려오면 나는 무서운 개처럼 으르렁거리며 그들에게 겁을 주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큰방 천장에서 쥐가 떨어졌다. 멍청한 쥐가 자신의 무대인 줄 알고 천장에서 춤을 추다가 찢어진 구멍으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기겁한 나는 벌떡 일어나 아버지가 계신 방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쥐는 밖으로 나가는 대신 오히려 깊은 장롱 밑 구석에 숨은 채였다. 그날은 가족 모두가 바짝 긴장하여 온갖 소리를 내고, 긴 나무로 장롱 밑을 치며 하루를 꼬박 새웠다. 덕분에 쥐를 밖으로 유인해 낼 수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동안, 나는 큰방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찜찜했다. 너무 겁이 나서 키우던 고양이를 매일 30분씩 큰방 천장에 놔두고 쥐들에게 겁을 주게 시키기도 했다. 결국 우리 집은 형과 누나들이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야 천장을 수리했다. 그 덕분에 이후로는 빗물이 새거나 쥐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살았는지 실감나지 않는다.
내가 자란 곳은 에세이 『산동네 공부방』에 나오는 감천문화마을이다. 에세이에 나오는 주인공 또한 나도 잘 안다. 사촌동생이 그녀를 ‘이모’라고 부르며 그녀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실제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불과한 곳에 살고 있었다. 아마 이곳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대충 상상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나와 가족들은 가난을 원망하지 않았다. 우린 꼭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가난했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돈의 힘과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중학생 때, 나에게도 가장 행복한 날이 있었다. 매월 10일마다 찾아오는 어머니의 월급날이었다.
월급날이 되면 어머니는 국거리 돼지고기와 삼겹살을 서너 근씩 사서 며칠 동안 실컷 먹게 해 주었다. 그 영향으로 내가 직업군인이 되었을 때, 나는 매일 저녁마다 습관적으로 돼지고기를 6개월 정도 먹기도 했다. 그때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체중이 10kg 가까이 불어나 다이어트를 한다고 고생했던 게 기억이 난다. 지금도 비가 오거나 마음이 꿀꿀하면 습관적으로 돼지고기를 한 근씩 사서 집으로 온다. 고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릴 적 기억 속에서 들려오는 고기 굽는 소리가 그리워 가끔씩 이런 행동을 한다.
여기 잠깐! 심리학적 관점에서 마무리 하며
우리는 모두 과거의 경험을 통해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가난, 어른들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로 인한 열등감은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가난은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고, 신뢰의 상실은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반드시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얻게 된 경험들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삶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첫째, 가난과 자존감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자존감은 개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어린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열등감을 느끼기 쉽다. 이러한 열등감은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가난이 지속될 경우 이는 무력감과 절망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열등감을 느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가난이 지속되면, 그 열등감이 동기부여의 역할을 넘어서 절망감과 좌절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둘째, 신뢰의 붕괴와 애착 이론이다. 중요한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때, 아이는 세상에 대한 불신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안정한 애착 스타일로 이어진다. 즉,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려워지거나, 스스로를 타인에게 쉽게 열지 못하게 된다. 이는 인간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인관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셋째, 가족과의 유대감과 심리적 회복력이다. 가난 속에서도 가족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려 했던 경험은 심리적 안정감과 회복력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였다. 심리학적으로 가족 시스템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유대감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서로의 심리적 지지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개인이 어려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결국, 이 글에서 보여주는 삶의 이야기는 단순히 가난과 어려움을 넘어, 개인의 성장과 극복을 이야기한다. 역경 속에서 형성된 감정, 행동, 그리고 인간관계는 지금의 나를 만든 중요한 요소들이며, 그 경험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과거의 어려움은 우리의 성장과 자아 형성에 중요한 기여를 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단순히 아픈 기억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할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힘과 동기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