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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 Nov 15. 2022

글을 잘 쓰는 방법 (上)

〔커피값 프로젝트〕 2020. 12. 04. Fri. 초겨울호


  함께  쓰는 동료는 읽고 싶은 글이 있느냐는 질문에   쓰고 싶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남겼다. 그는 글을  쓰고 나는  쓰고 싶다. 그에게 어떻게 하면 그처럼   있느냐고    읽을 때마다 안면몰수하고 물었지만 묻는다고 그런 글을   있는  아니었다. 마치 토익 구백구십  맞은 이에게 어떻게 하면 그런 점수를 받을  있느냐 물어봐야 뾰족한 수는 없고 그저   안에 700 완성! 써져 있는  문제집이나 열심히 봐야 하는 것처럼. 나도  것이나 열심히 하기로 한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질투도 사랑이라고 부를  있을까. 질투가 건강한 감정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마시며 밤새도록 토론할  있다. 질투가 난다는  갖고 싶다는 거고 욕망한다는 것이고 열정이 있다는 것인데 흔히 열정은  사랑으로 치환되어 불리곤 하므로 내가 글에 관한   질투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있을 것이다. 기실 열등감이랄지 자격지심이랄지 하는 말보다는 사랑과 정열이 모양새가 조금이나마  민망하지 않겠나. 솔직하게 말해야  추하다. 그래, 나는 질투한다.

  세상에 좋은 글이 넘쳐난다는  써도 써도 줄지 않는 잔고처럼 감사하고 마음 든든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대열에 손날이라도 비집고 넣어 보려면 아주 갈고 닦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멋진 글을 읽으면 나는 마치 영원할  같은 숨을 들이쉬며 심장 부여잡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표현을 쓸까. 그건 양날의 검도 된다. 캔들 켜둔 침대 맡에서,  좋은 커피색 원목으로 만들어진 도서관 책상에서, 햇빛 좋은 공원 잔디밭에서, 라떼가 맛있는 가게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 세상에는 내가   있는 단어의 조합이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같았다.  상황은 저런 말로만 설명할  있는  같고,  감정은  신체부위로 묘사해야지만 착착 맞아떨어지고. 절망했다. 이런 문장들을 쓰는 작가와 동시대를 살며 굳기 전의 언어를 체험할  있는   행복한 놈이로구나 생각했지만,  사람이  글을 씀으로써 내가   있는 단어가 사백 오십 개쯤 줄어들었다는 생각에 억울했다. 사랑하는 모든 문장들을 미워하던 밤도 있었다.


  어느 작가님은 수업 중에 악인의 눈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이  쓰는  다른 언니는 자신의 밑바닥까지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정리하자면 대상을 악인, 나를 선인으로 설정하기보다 내가 솔직하고 신랄한 눈을 가지고 말함으로써  밑바닥을 까뒤집어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유튜브 영상  요가 강사는 따라하라며 몸을 꾸깃꾸깃 접더니 화면 밖의 나와 눈을 맞추며 생각보다 쉽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꼴이다. 당신들은 말하자면 무림의 고수잖아요... 맥주잔을 엎어가며 그의 글쓰기 철학을 설명하는 언니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없어요. 내게는 사람들을  하고 놀래킬 만큼 지저분하고 짜릿한 밑바닥이 없고 신랄하게 묘사할 깡마른 남편이 없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과거가 없다. 적어도 없는  같았다. 그래서 말했다. 언니, 저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껄끄러운 면이 없는  같아요. 저는 존나 산뜻해요. 언니는 말했다. , 그게  밑바닥이다. 니가 남부끄럽지 않다고 믿는 그게 바로 너의 모순이란다...

  , 나는 얼마나 나를 모르는가. 그리하여 나는 그의 밧줄을 타고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하루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 저는 남한테  관심이 없는데 이상하게  분은 궁금하더라고요. 언니는 계란후라이  볶음밥을 씹으며 말했다.  너처럼 남한테 관심 많은 애를  적이 없다. 그래, 결정했다. 이제부터  밑바닥은 모순이다. 나는 나를  쓸개 모양만큼도 몰랐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좋은 글을 쓰려면 뭐든지 간에 알아야 한다고 하니 이제부터 속속들이 들여다  요량이다. 그는 그밖에도 꾸준히 밧줄을 내려주고 있다. 언니, 저는 수필    만큼  말이 많지 않아요. 얘야, 나는 너처럼   많은 애를  적이 없단다. 언니,  그만 포기할게. 수빈아,  계속 써야 한단다.

  더는 못 쓰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욕망의 항아리를 불태우고 있는 것도 내 모순이다.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이 실은 돈에 미친 거라는 세간의 잠언이 틀린 말이 아니듯. 그래서 나는 말끔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안감에 묻은 얼룩과 곰팡이들을 들여다보고 남들 보여주기 부끄럽다고 말하면서 그걸 어떻게 잘 보여줄지 요리조리 펼쳐본다. 더 기막힌 자국은 없나 좀 더 운명적인 우연은 없나 들춰보고 헤집어보면서. 얼마 전 들은 수업에서 상담사는 자신의 과거와 무의식을 먼저 낱낱이 알아야 건강하고 온전한 모습으로 내담자를 이끌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나를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며 구석구석 짚어 보일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 해서 가지게 된 눈으로 틈새를 파고드는 글을 영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下) 편에서 계속 ...


  


추신. 상하편 어디에서도 글을  쓰는 방법은 찾을  없다.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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