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돼요. 진짜 괜찮지 않은 일 맞아요." 친한 동생이 말을 위로의 말을 건넸다. 교사로 재직한 지만 벌써 20년.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봤다던 이 친구는 절대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고 여기며 흘려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꼭 상담도 받아보라고.
며칠 전 일상을 보내며 좀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아진 게 아니었나 보다. 낮동안에는 그럭저럭 괜찮다가 밤이 되면 수시로 우울감이 짙어진다. 누구라도 툭 건드리면 감정이 터질 것 같을 때도 있고 무심한 듯 평소처럼 머무를 때도 있다. 상황에 가까워지면 가슴이 벌렁 거리고 덮어두면 괜찮아지기를 반복한다. 결국 상담센터를 소개받아 예약했다.
내 인생에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글을 쓸 수 있는 걸 보면 정말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나로선 처음 겪은 일에 생각보다 마음이 많이 다친 것 같고, 그 친구의 조언처럼 연고 정도 바르면 흉 지지 않고 나을 수 있을 때 미리미리 상처를 다스리기 위함이다.
아, 나의 모든 글을 읽고 계실 나의 부모님께서도 '얘가 대체 뭔 일을 겪었길래 저러나' 걱정하시겠지만, 그리 걱정할 상태는 아니라고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려 본다. 그저 감기에 걸린 것처럼 혼자의 힘으로 회복하기에 좀 버거운 것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일 뿐이니까.
몇 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상담을 받은 이야기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지인 중에도 꾸준히 상담을 받고 있는 분도 있고, 상담 선생님도 계신다. 나 또한 상담과 코칭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기에 관련된 콘텐츠를 종종 보았다. 그럴 때마다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타인의 상황에 마음으로만 위로할 뿐이었는데, 정작 내가 내담자의 입장이 되니 기분이 묘하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갈 땐 그 말조차 주변에 알리지 못했을 정도로 자신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보이기 싫었다고.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 상담을 신청하는 것조차 고민이 될 정도였다.
우선 단회기로 선생님을 만나 현 상태에 대한 진단과 조언을 구해보려 한다. 필요하다면 몇 회기를 더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 느낀 건 마음이 아플 땐 애써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 보이지 않는 상처라 인지하기가 쉽지 않고 인지하더라도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다뤄야 할지조차 잘 모른다는 걸 알았다. 그나마 주변에 먼저 겪어본 사람들이 조언을 해준 덕분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었음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단회기만으로 충분한 정도였음 하는 것이지만 혹 그렇지 않더라도 이 기회에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