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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담을 받고 돌아왔다

by 알레

예약한 상담을 받으러 가는 날이다. 처음 받아보는 상담에 한 편으론 기대되면서 또 한 편으론 낯섦이 긴장감을 높인다. 다행인 건 상담을 신청할 당시보다는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상담을 취소할까?' 잠시 고민할 정도로 마음은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의 상황을 직면하려 할 때 올라오는 저항감이 남아있음을 알기에 일단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요즘 부쩍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고등학생시절부터 들인 습관인데, 마음이 편치 않을 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함도 있다. 올려다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가을의 색을 가만히 눈에 담기 위한 머무름의 시간이 좋다.


오후 2시 예약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원래 계획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상담에 참여하는 건데 출발 시간이 점점 밀려 딱 맞게 도착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역시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드라마에서 상담실은 쾌적할 정도로 크고 정갈하면서 우드톤의 차분한 인테리어와, 푹신해 보이는 카펫 위에 놓인 편안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허브티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곤 한다. 뭐 거기까지 상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따뜻한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다. 대기실에 잠시 앉아 둘러본 상담센터는 모든 것이 ‘편안함’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아! 그래도 허브티는 맞췄다.


첫 회기라 1시간이 조금 넘도록 대화를 나눴다. 최근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중간중간 살짝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최대한 차분히 설명을 드렸다. 그래서 그런가, 상담이 종료될 무렵 선생님으로부터 “아, 이 사람은 경력자다”라는 말을 들었다. 자기 이야기를 잘 꺼내 놓는 걸 보니 이미 여러 번 이런 시간을 가져본 것 같다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글쓰기가 한 몫한 것 같다.


다행인 건 전문가 소견으로 개인 심리의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집단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이며 이는 어느 누구나 충분히 큰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에 일편 안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든 마음은 ‘에휴, 사람이 이렇게 단단하지 못해서 험난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나’하는 것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좀 다져지길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바라본다.


처음 받아본 상담의 한 줄 소감은 ‘내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칭이나 상담에 관심이 있는지라 중간중간 선생님의 모습도 유심히 관찰했는데,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게 적잖이 힘든 일일 텐데 나에게 집중해 주시는 것에 감사했다.


앞으로 대략 4-5회기 정도 더 만나기로 했다. 상담의 방향은 조금 달라지겠지만 나에겐 어쩌면 더 깊이 나의 내면을 바라봐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건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상담이 더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처음 방문할 때의 낯섦에는 한 편 내가 어딘가 고장 난 존재 인가 하는 마음이 전혀 없진 않았다. 감기에 걸려 내과에 가듯 마음이 감기에 걸릴 때 편하게 걸음을 할 수 있을 만큼 심리적으로 가까이에 있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생겼다.


다음번엔 또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까. 얼마나 선명해지는 나를 만나게 될까.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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