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0] 목요일 라이프 매거진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한 것이 2021년 5월 28일이다. 이만큼의 시간 동안 브런치에 쌓인 글도 서랍에 넣어둔 것을 포함하면 어느새 100개가 넘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에는 상대적으로 긴 글을 발행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진다.
처음에는 글 하나 발행하는 데도 하루 종일 고민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무렵 꾸준히 글을 발행하는 작가님들을 보며 대체 어떻게 글감을 찾는 것일까,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 것일까에 대해 궁금했었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 이곳저곳에 매일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이제는 이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기로 했다.
글쓰기의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느새 열 번째 발행을 앞둔 오늘의 목요진에서는 글쓰기 영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글을 쓰기 전 '영감'은 오직 창조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영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무엇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대작을 만들어내는 소위 대가들에게는 호흡마저도 영감이 되는 것처럼 보였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전적 정의로 영감은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을 의미한다. 일단 영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무엇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살아가는 모든 순간과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발견할 수 자극을 의미한다. 간혹 우스갯소리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오! 영감이 떠올랐어!'라고 외치며 무언가를 적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경험이 있다. 한 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영감은 대체로 순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감이 떠오르는 것은 순간일지 모르지만 그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무수한 시간 동안 집중하고 고민했기에 가능하다. 가령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할 때 주제에 몰입하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조차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눈앞에 지나가는 일상의 장면들, SNS상에 올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알고 보면 결국 모두 다 영감이고 글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마냥 영감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몽둥이를 들고 영감을 찾아 나서야 한다.
- 잭 런던
결국 영감은 조용한 산중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가만히 명상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경험하는 복잡한 일상에서 다른 시각,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다르게 보기 위한 좋은 훈련법이 되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리해보자면 우리 모두에게는 영감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연습하지 않았을 뿐이다. 삶에는 언제나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그 상호작용의 주체들을 하나 둘 찾아가는 연습을 해보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내가 영감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매일 글을 쓴다. 개인적으로 누구나 다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글쓰기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글이 발행되기까지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글감을 찾고, 생각을 더하고, 어딘가에 기록을 하게 되고, 기록한 것을 곱씹어보며 문장을 완성한다.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퇴고의 과정을 거치기도 하며 관련된 사진을 찾아 삽입하는 수고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모든 과정 속에서 계속 한 가지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고 능숙해질수록 영감을 발견할 수 있는 탁월함이 생겨난다.
두 번째, 압도적인 인풋을 쌓는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고민만 깊어지다 보니 그냥 내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소재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그럴 때 한계를 풀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관련 분야의 콘텐츠들을 찾아보거나 독서를 시작했다. '직장 생활, 퇴사'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이야기하는 만큼 이미 많은 글이 존재했다. 다양한 경우와 생각들은 내가 경험하고 있는 현상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길러주었다.
'좋은 작가는 좋은 독자'라는 말이 있다. 많이 읽어보지 않고서 좋은 글을 써 내려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 번째, 나의 글을 뒤집어 본다. 올해 초 수강했던 카피라이팅 수업에서 단편적으로 경험했던 관점 훈련이 있다. 눈앞의 사물을 묘사해보고 그 사물의 관점에서 오늘 하루의 일기를 작성해보는 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과제였다. 그런데 이 훈련 방법을 나의 글에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이미 퇴사를 주제로 브런치 북을 두 권 발행했다. 과거의 기록들은 대체로 회사의 시스템, 조직문화의 문제점에 집중하였다면 요즘 쓰고 있는 글 들은 나 자신을 조명해보고 있다. 동일한 사건이지만 새로운 글이 탄생하게 됨을 경험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나의 글 속에 있는 특정 사건, 또는 인물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좋은 스토리에는 주인공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완성도 있는 조연들의 에피소드도 언제나 등장한다. 그러니 평소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기록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네 번째, 사진이나 영상물을 접해본다. 두 번째 방법이 텍스트로 된 인풋을 말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보다 시각적인 인풋을 이야기하고 싶다. 스마트폰 속의 사진들을 훑어보다 보면 삶의 흐름이 느껴질 때가 있다.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특정한 시간대에 멈춰서 깊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잘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영상 콘텐츠에는 좋은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믿는다. 최근 나의 글 중 다음 메인에 올라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글도 영상 콘텐츠를 통해 얻은 메시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잘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쉽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주제에 나의 생각과 경험을 더해주는 것은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하나의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좋은 만남은 그 자체로 영감이 되어준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과 달리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입체적인 경험이 된다. 그날의 분위기, 장소, 소리, 향기, 주고받은 이야기들, 약속 장소에 나가기까지의 시간, 심지어 나의 컨디션까지 정말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물론 그것들에서 '영감을 찾아내고 말 거야'라는 식으로 접근하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입체적인 경험은 그 안에 나중에 꺼내볼 수 있는 소스가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오늘 당장은 아무런 느낌이 없을지 몰라도 언제 어떤 순간에 그날의 기억이 문득 떠올라 하나의 글이 되어줄 수도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만나는 기회가 생긴다면 조금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평상시와는 다른 낯선 공간에서 만나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막상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되나 싶은 것이 솔직한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는 어떤 방법으로 글감을 발견하고 있을까에 대해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영감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만약 스티브 잡스만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적어도 많은 영감을 발견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지만 영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기적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Time)과 질(Quality)이 합쳐져 탄생하는 결과물이다.
영감을 얻고 싶다면 번뜩이는 무언가를 기대하기보다 매일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쌓아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