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니 인간관계도 참 다르게 보이더라

- 나이 먹었다고 누구나 어른은 아니었다

by 알레

고등학생 시절에 어른들이 그랬다. 인생에 진짜 친구는 중고등학교 때 친구가 전부라고. 대학생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나는 인간관계에서 진짜 친구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나이 마흔이 되어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제대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좋은 관계가 형성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상대방과 나의 상호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로 배려하는 정도를 딱 절반으로 갈라 50:50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각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40:60이 될 수도 있고 30:70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라면 말이다.


청소년기와 달리 성인이 되어 만나는 만남들이 진정한 관계로 발전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살면서 여러 사람과 부딪혀보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계산이 빨라지고, 계산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점을 매번 보게 된다. 직장, 동호회,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서로 아끼고 품어줄 것 같은 종교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는 언제나 이해관계라는 것이 깔리게 된다.


이는 비단 만난 지 얼마 안 된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10년 지기 친구라고 한들 상황이 변하면 거리감이 생기기 쉽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현실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경우는 아이의 유무다. 아이가 생기고 나면 아이의 부모들은 모든 세계의 중심이 아이가 된다. 소비 생활, 식생활, 여가 생활, 심지어 대화 주제도 온통 아이가 중심이 된다.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그저 조카가 이쁘다는 이유로 시간을 함께 보낼 수는 있지만 아이의 진상력이 커지면 점점 발을 멀리하게 된다. 굳이 남의 집 아이가 만들어내는 소란에 나의 여가 시간을 할애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고 하는 현상은 그나마 자연스러운 것이려니 생각각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에서나 이해관계를 가지고 만난 공동체에서 만나게 되는 얌체 같은 사람들을 볼 때면 인간관계에 허무함마저 밀려온다.


소위 말하는 무임 승차자(Free Rider)들은 어디에나 있다. 직장에는 탕비실과 같은 공동의 구역이 존재한다. 공동 관리 구역은 언제나 담당자가 없다는 게 문제가 된다. 그리고 대체로 관리부서, 그중에서도 여직원의 몫으로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는데 이 부분이 언제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저 내가 사용한 것을 내가 치우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지난 회사의 사장님은 언제난 커피를 마시면 정수기 위에나 싱크대 위에 쓰레기를 두고 가셨다. 허리만 숙이면 쓰레기통에 손이 닿는데도 말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사장님이 버리고 간 자리에 다른 직원이 똑같이 버리고 가는 모습을 볼 때다. 대체 왤까. 서른 살 넘은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은 단톡방에서 뜬금없이 질러버리고 나가버리는 사람이다. 정말 답이 없다. 굳이 다시 초대하려고 했더니 단톡방 초대 거부 설정을 해 놓았는지 초대가 안된다.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전후 상황도 없고 그저 무엇에 기분이 상했는지도 영문도 모른 체 남아있는 사람들은 순간 어색해진 침묵 가운데 그냥 눈치만 볼뿐이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친해질 수 있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크게 바라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 오랜 시간 깊은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았을까.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이런저런 인간관계를 다 겪어 보며 나름 내면의 수련을 쌓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보면서 비판도 해봤고, 뒷담화도 함께 해봤다. 그러면서 또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기를 반복하며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깊이도 깊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에 대해 어떤 기대치라는 것이 남아 있었나 보다. 아직도 누군가의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에 섭섭함이 밀려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생각해보니 바라는 게 없으면 실망하는 것도 없을 텐데, 그렇다고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에 사람에 대한 바람이 없이 사는 것은 또 옳은 것일까, 생각만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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