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떤 구성과 무드로 일관성과 변주를 줘야 덜 지루하면서 몰입감을 높일 수 있을까?' 이번 주 내내 이 고민에 빠져있다.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선택한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 운영은 진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첫 마음은 일단 업로드하고 또 다음 곡을 만들고, 업로드하고 또 작업하는 걸 반복하려 했다. 완벽주의 성향을 내려놓고 작업의 속도와 빈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였는데 역시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진 않는다. 아무래도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가장 문제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깨닫는 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내가 어느 정도는 해당 분야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AI로 찍어내는 음악인지라 가장 좋은 것들의 평균으로 작업을 하는 만큼 매번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생성된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의 방향성, 하나의 플레이 리스트의 무드, 그리고 음질 등 디테일을 고민하기 시작하면 결과물이 점점 다르게 들린다. 그때부터 무한 생성 지옥에 빠진다.
프롬프트의 변수를 아주 살짝만 다르게 적용하다 보니 실상 새로운 결과물들이라고 처음 것과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기에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혼란만 가중된다. 사실 어제도 원래 계획은 첫 번째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새벽 3시까지 음악만 만들다가 잠들었다.
AI가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럴 때마다 떠오른 생각은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건데, 처음과 끝은 결국 인간의 손이 필요할 거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기획하는 단계와 기획 의도에 맞게 결과물의 마지막 디테일을 다듬은 작업, 이 둘은 어쨌거나 사람의 역할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번 주 내내 음악 작업을 하면서 이 부분을 더 깊이 절감하게 되었다. 물론 기획 단계에서도 AI의 도움을 받지만,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 대화를 통해 다듬고 정리하는 역할은 결국 내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생성된 결과물을 피드백하고 수정하며 마지막 마스터링 작업까지 마치는 것 역시 내 몫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한계 역시 크게 느끼는 중이다.
이런 게 그 망할 놈의 완벽주의 성향인 것 같다. 아직도 예술을 하고자 하는 욕망을 내려놓지 못한 모양이다. 빨리 정신 차려야 할 텐데.
오늘 아침 나에게 미션을 줬다.
"나는 오늘 자정이 넘어가기 전에 무조건 콘텐츠 작업을 마무리하고 업로드까지 해낸다."
이래서 사람의 본성은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가 보다. 머리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음이 머리를 순순히 따르려 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비록 작업 속도는 더디지만 지금 난 이 과정을 통해서도 '나'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앞서는 완벽주의 성향으로 인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마음 한 편엔 이런 집요함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을 꽤나 즐기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아무래도 하루빨리 적정 수준을 찾는 게 급선무일 듯하다.
참고로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정체성은 '고독'이다. 분주한 하루를 끝마치거나 또는 남들보다 이른 하루를 시작할 때 마주하게 되는 고독의 정서를 연주곡에 담아보려 했다.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른 정서다. 외로움의 핵심 감정은 '고통, 슬픔, 불안'인 반면 고독은 '평화, 자유, 창조'이다.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것이 고독 안에 오롯이 머무르는 시간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이 순간을 오롯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