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의미

by 알레

5년 전, 퇴사할 무렵을 떠올려 보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보다 마음속에 더 큰 여운을 남겼던 말이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 그게 가능한 시대라는 메시지가 나를 이끌었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날들을 방황하고 있지만 방황의 시간은 점점 마음의 맷집을 키웠다. 덕분에 내 안에 해묵은 생각들을 덜어냈고 진짜 원하는 삶에 대한 갈망과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이 강화되었다.


그럼에도 일에 대한 답을 쉽사리 내지 못했다. 마음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업으로 확장시켜 가는 삶을 바랐지만 정작 자신감이 부족했다. 좋아하는 건 당장 돈벌이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상충되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에 진작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더라면, 그리고 과감히 그걸 지속 발전시켜 왔다면, 아니 그걸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더라면 5년 차에 접어든 현재 내 삶은 달라졌을 것 같다. 나의 방황은 결국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으니까.


최근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시작하면서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겨우 콘텐츠 하나를 업로드했을 뿐인데 전에 없던 몰입감을 경험하는 중이다. 오랜만이다. 해내고 싶다는 마음. 더 잘하고 싶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고, 더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업로드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커졌다.


그런데 더 큰 의미는 단순히 좋은 음악을 전하는 채널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전해지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나는 누구나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하고, 존재로서 빛나는 삶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해 줄 때 그 삶이 발하는 빛이 세상을 밝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론 나조차도 그 믿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근원적 믿음은 변하지 않는다.


플레이리스트 채널에 '고독'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방황의 시간에서 배운 건 존재로서 가치 있는 나를 만나기 위해선 분주함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존재로서 나의 가치를 존중해 주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닥뜨리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존중은 '존재로서의 나'가 아닌 '역할로서의 나'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래서 더 불안했고 조급했다는 것을.


하루에 진짜 나를 위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기꺼이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음악이라는 요소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이끌었다. 내가 만든 음악으로 가장 먼저는 내가 나에게 깊어질 수 있기를 바랐다. 나아가 나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길 바라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보니 비로소 알겠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미뤘고, 돈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 선택조차 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 열망하던 일이었고 삶의 방향이었다는 것을. 거기에서 시작해야 몰입감이 생기고 더 깊어질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이제 두 번째 콘텐츠를 작업 중에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가 전해질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곡을 생성하고 후작업까지 공부하며 진행 중이다. 오랜만에 설렘을 느낀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이토록 가치 있는 선택이라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