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 유튜버 되기' 프로젝트 수난기

by 알레

익숙해지면 좀 쉬워질 줄 알았는데. 큰 오산이었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로 수익화 달성하기 프로젝트 2 개월 차. 4번째 작업 이후 지지부진하고 있는 중이다. 한 달 만에 수익 창출 조건을 달성해 보겠노라 했던 마음은 이미 첫 작업 후 상당한 착오였다는 것을 알았다.


SUNO AI로 음악을 만들면 만들수록 알게 된 건 생각보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장르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적어도 Ambient 스타일은 여간 쉽지 않아 크레디트 소모가 상당하다. 결국 나도 한 번의 추가 결제 이후 구독권을 상향 조정했다.


AI가 뭐든 척척이어도 아직은 다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악보를 인식하는 것도 아니고 입력하는 텍스트에 따라 학습된 소리를 만들어 주다 보니 원치 않는 소음을 연출하기도 하거나 정말 뜬금없는 전자 악기가 등장해서 당황스럽게 만들 때도 많다.


가끔 깊은 새벽 시간에 이어폰을 껴고 조용히 혼자 작업하다 보면 도입부가 만족스러워서 몰입하게 될 때가 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미동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괴기스러운 허밍이 튀어나올 때면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또 어떨 때는 100곡 가까이 생성한 뒤 이제 겨우 만족스러운 게 하나 나오나 싶어 두 손 꼭 쥐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마지막 1분 남기고 난데없이 현란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던가,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비트가 들어간다던가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전에 누군가 그랬던 것 같은데, 마치 AI가 나의 역할을 20%로 줄여주고 80%를 감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완전한 오산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게 아니라 내 역할은 여전히 100%가 필요하고 AI는 20%를 더해 120%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던 말을 그 어느 때보다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능력만 있다면 전자 건반 하나를 사서 미디 음악을 직접 녹음한 다음 AI에게 나머지 살을 붙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능력만 있다면 말이다.


작, 편곡 능력이 없으니 전적으로 AI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부단히 밀당을 하다 보니 그런 중에도 깨달은 건 있다. 아닌 건 빠르게 손절하는 게 오히려 빠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워낙 곡 생성이 쉽고 빠르다 보니 더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 계속 생성할 때가 있는데 아닌 건 끝까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또 한 가지 배운 건 멈춰야 할 때는 과감하게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Ambient 스타일의 특성상 한 곡 한 곡이 음악으로서의 기능을 하기보다 전체 흐름이 만들어내는 무드가 중요한데, 그러다 보면 유사한 곡을 많이 만들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게 들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음악 감상 시간으로 뒤 바뀌어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갈 때가 있다.


이럴 땐 그냥 직감에 맡겨야 한다. 붙잡고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또는 차라리 그 쯤에서 작업을 끝내고 다음날 일어나 음악을 다시 듣는 게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된다.


좋은 판단을 위해선 어디까지나 목차가 필요하다. 10곡 이상 넘어가면 그때부턴 방향이 처음의 기획의도에서 벗어날 소지가 아주 크다. 그래서 중간중간 1번 트랙부터 다시 들어보면서 어긋난 지점이 없는지 재확인하는 작업은 필수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초보 플레이리스트 유튜버이지만 그래도 작업을 하면서 점점 다듬어져 가는 걸 느낀다. 답답할 땐 밤을 꼬박 새워도 한 곡을 생성하지 못할 만큼 풀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의 후련함은 이로 말 할 수 없는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아마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 맛에 계속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나저나 5번째 작업은 언제나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엔 정말 꼬일 대로 꼬인 기분이지만 실험정신으로 한 번 끝마쳐볼 생각이다. 과연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심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