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y 알레

어젯밤 9번째 플레이리스트를 업로드했다. 유난히 고전했던 만큼 업로드 예약 버튼을 누르는데 그렇게 속이 후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귀가 예민하다면 예민한 건지도 모르겠고, AI에게 명확한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아 만족스러운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거짓말 안 하고 정말 수백 곡은 뽑아낸 것 같다. 그중 겨우 15곡을 건졌으니, 돈으로 환산하면 대체 이건 얼마의 비용을 치른 셈일까?


유튜브에 보면 AI를 활용해서 플레이리스트로 누구나 쉽게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광고하는 영상들이 자주 보인다. 그전에는 시니어 사연 채널들에 대한 같은 광고들을 봤는데, 광고에 등장하는 분들이야 정말 본인 채널로 그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 분들일 테니 인정하겠다만, 누구나 쉽게 뚝딱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말 그대로 호객행위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돈이 된다는 광고에는 혹하기 마련이다. 특히 '쉽게', '하루 몇 시간만 투자해서' 등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순간 결국 돈을 버는 건 해당 강의를 판매하는 플랫폼과 강사 둘 뿐일 것이다. 그 강의를 듣고 누군가는 수익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지만 몇 백 명에 달하는 수강생들이 모두 월급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수익을 한 두 달 만에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퇴사하고 이 바닥 생활도 벌써 5년째다.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강의 광고야 5년 전에도 넘쳐났고 내내 진화해 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는 그것을 발판 삼아 자기만의 성장을 이뤄내고 다른 누군가는 시쳇말로 호구로 전락한다. 가슴 아픈 고백이지만 난 늘 후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유의 강의 광고를 보면 자꾸 '이 사람은 진짜일까?' 믿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 건 여전히 나에겐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바란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하여 이토록 치열한 콘텐츠 시장에서 뭐라도 해보겠다고 시간과 공을 들이는 모든 평범하고 애매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결국엔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이야 그러길 간절히 바라지만, 이제는 안다. 세상에 거저 되는 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강의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야 본인이 고생하고 노력하여 얻은 노하우가 있기에 변주가 가능하겠지만 충분한 경험치가 없이 어떤 지점에 도달한 사람은 결국 언젠간 치열한 고민을 하게 되거나 도태되고 말 것이다.


내가 깨달은 건 세상은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돈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곱씹고 확인하고 또 되돌아본 뒤에야 비로소 지불한다. 그러니 크리에이터라면 혼신의 힘을 다해 나만의 가치를 담아낼 방법을 고민하고 고안해야 살아남는 게 이 바닥이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앞 뒤 재지 않고,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고 제 할 일을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 말로 정말 뿌리가 깊은 나무와 같지 않을까.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결국 꾸준히 오래 하는 사람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그 이면엔 분석과 공부가 함께 지속되어야겠지만 중요한 건 빠르고 쉽게 이루고자 하면 언젠간 고꾸라진다는 그들만의 경험에 의한 지혜일 것이다.


오늘 이 말을 가슴 깊이 다시 새겨본다. 지치지 않기 위해. 언젠간 내 진심이,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그렇게 다시 10번째 플레이리스트 기획을 시작해 본다.



*조용히 하루를 정리할 때, 편안하게 쉬고 싶을 때, 글을 쓸 때나 독서할 때, 기록할 때, 그리고 잠잘 때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음악을 듣고 싶으신 분들은 유튜브 검색창에 'solitude studio'라고 검색을 하시면 채널에 방문하실 수 있답니다. 편하게 오셔서 음악 듣고 가세요. 댓글에 브런치 글 보고 왔다고 남겨주시면 더욱 반가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