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10개의 플리를 만들면서 솔직한 심정으로 점점 고단함을 느낀다. 두 달의 작업에 성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본능적으로 가성비를 따질 때가 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하루 중 못해도 대 여섯 시간은 플리 작업에 투입하는 것 같다. 그렇게 쏟아붓고도 매일의 작업 결과가 만족스러운 날보다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지금도 11번째 플리 작업을 주말부터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15곡을 완성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당초 계획은 월요일 밤에 업로드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물 건너갔다.
콘텐츠 작업을 하루 이틀 한 건 아닌 만큼 초반의 저조한 데이터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매 순간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라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땐 자꾸 귓가에 유혹의 속삭임이 들리곤 한다. "요즘 어떤 장르의 음악이 빠르게 수익 달성을 한다더라", "무조건 공장에서 찍어내듯 많이 찍어내는 게 답이다", "초기에 맞구독 전략으로 가야 한다" 등등.
1차 목적지야 '수익화 기준 달성'이라는 봉우리에 오르는 것이지만, 거기에서 멈추고 싶은 게 아닌 만큼 지금 단계는 브랜딩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시기라고 되새기며 더딘 걸음에 위안을 삼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니 잘하고 싶고 잘하고 싶다 보니 자구 욕심을 내다 제풀에 지쳐 타협점을 찾기를 반복하고 있다.
작업을 하다 지칠 때면 가만히 공상에 젖어들게 된다. '만약 내가 천재였다면'으로 시작하는 공상. 프롬프트를 기가 막히게 써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 낸다던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듯 학습 능력이 천재적으로 뛰어나 유튜브를 보며 하루 만에 미디 작곡을 마스터한다던가 하는 공상에 잠시 머물러 보면 나름의 힐링이 된다. 결국 끝에는 스스로도 어이없다는 실소를 머금으며 현실로 돌아온다.
어차피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될 때까지 하던가, 아니면 멈추던가. 멈추고 싶지는 않으니 남아 있는 선택지는 하나. 될 때까지 해보는 것 밖에 없다. 답답함은 밀려오지만 그래도 덕분에 매일 자료를 찾아보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처음에는 괜찮은 음원이 생성되면 그 뒤로는 얻어걸릴 때까지 무한 생성을 반복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중이다.
최근 SUNO AI에 생겨난 기능 중에 MASH UP이 있는데 아마 오디션 예능 프로를 좋아하거나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용어일 것이다. 쉽게 말해 두 가지 음원을 섞어서 새로운 음원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과거 작업물 중에 괜찮은 곡이긴 하나 플리로 선정하지 않은 음원들을 찾아 섞어보는 중이다. 제법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아직 잘 사용할 줄 몰라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라면 MASH UP을 위해 선정한 기존 곡과 거의 유사한 패턴의 음악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만약 저작권이 있는 레퍼런스 곡을 가져와서 무턱대고 MASH UP을 할 경우 자칫 표절곡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까지나 내가 생성한 곡들을 가지고 시도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음악을 만드는 중이다. 그래도 한 곡 한 곡 모아 6곡을 완성했다. 이제 남은 건 9곡이다. 계획대로 내일 업로드를 하려면 오늘 밤도 긴 밤이 될 것 같다.
뭐든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점점 시행착오도 줄어드는 법이다. 비록 두 달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SUNO AI를 보다 깊게 공부하기보다 AI가 생성해 주는 프롬프트를 가지고 계속 음악을 찍어내었던 건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해보며 시행착오를 줄일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정말 어느 때에야 수익 창출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나 전에 없던 영감이라도 한가득 생겨나면 좋겠다.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길이란 이토록 고독한 길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