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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나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다."


13번째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중이다. 이번에도 SUNO AI와 작업하여 15곡을 선별했다. 다행히 여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부터 마스터링 작업을 시작할 차례다. 지난 작업 때 Logic Pro라는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경험했던 감동의 여운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웬걸? 그 사이 내 귀가 고장 난 건가, 아니면 이놈의 예술병이 도진 걸까. 첫 곡부터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 밤에 업로드를 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금 내 귀에 무엇이 가장 거슬리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단 소리가 너무 카랑카랑하다. 좀 더 피아노 특유의 따뜻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싶은데 마스터링을 하고 난 뒤에는 유독 더 날카로워진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그냥 들을 때는 잘 못 느꼈는데 이어폰을 착용하고 마스터링까지 한 음원을 들어보니 중음역대에서 조금 찢어지는듯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을 AI에게 구구절절 설명했다. 문제는 아무리 AI에게 현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도 내가 AI의 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래서 전문가가 존재하는가 싶다. AI가 다 가르쳐 줘도 내 걸로 소화하려면 역시 뭔가를 알긴 알아야만 한다.


어떡할까. 시간은 마감에 가까워지는 중이고, 아이 하원 이후엔 작업에 집중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최후의 선택은 업로드 일정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다. 일단 일정이야 유연하게 적용한다 해도 당장 내 귀에 거슬리는 음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럴 땐 냉정해져야 한다.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만 한다.


"알레야, 플레이리스트 왜 만들어?"

"가장 먼저는 수익화 채널 만들기 위해서야."

"그럼 지금 중요한 게 퀄리티야? 아니면 꾸준한 업로드야?"

"후자라고 생각해."


답 나왔다. 음질을 포기하는 걸로.


그렇다고 음질을 포기하겠다는 말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을 용납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놈의 완벽주의를 내려놓겠다는 자기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그동안의 나였으면 15곡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음원은 마음에 드는 게 나올 때까지 새로 작업을 했을 테지만 이제는 타협할 줄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나 스스로가 대견스러운 순간이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이미 시간은 오늘 내로 작업을 끝낼 수는 없을 것 같은 분위기다. 이렇게 된 거 그냥 확 엎어버려!? 쓸데없는 고집 그만 부리고 어서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