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째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난 뒤 흐름이 뚝 끊겼다. 정확히 말하면 다음이 떠오르지 않는 상태다. 마지막 작업의 콘셉트가 우주적인 느낌을 담아내는 것이었는데 그 작업을 끝으로 내가 우주의 미아가 돼버린 기분이다. 흐름을 되찾아야만 한다. 최소 주 2회 업로드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번 주는 그것마저도 지켜내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다.
나는 지금 예술적 창작을 하는 걸까 아니면 콘텐츠 생산을 하는 걸까. 이 고민은 매번 반복된다. 이미 몇 차례 답을 내어 보았지만 매 순간 작업의 시작점에 설 때면 다시 이 고민이 시작된다. 대체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지지부진한 가운데 마치 곰팡이가 피어오르듯 올라온다.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정면 돌파하겠다고, 오늘까지는 작업을 끝내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며 정면 승부를 하다 보니 오히려 점점 귀가 마비되는 기분이다. AI로 생성하여 듣고 있는 새로운 곡들이 다 똑같이 들리기 시작했다.
머리는 작업을 멈추고 잠시 산책이라도 한다던가, 책을 읽는 다던가, 아니면 밀린 다른 작업을 하며 잠시 숨을 고르기를 제안하지만 마음이 고집을 놓지 않는다. 어떻게든 실마리를 찾아 이 상황을 풀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인지, 똥고집인지 모를 저항은 몇 시간째 침묵시위라도 하듯 말없이 작업에 몰두하게 만든다.
결국 이러다 보면 남는 건 한 가지다. 마치 궁극의 사운드를 찾아낼 것 같이 거르고 걸러 내기를 반복하지만 마지막엔 '이 정도면'의 기준에 준하는 음원을 선택하는 바로 그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음악 작업을 하면서 남기는 이 기록이 어째 점점 '이렇게 하면 안돼요'의 가이드집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시는 분들 중에 굳이 브런치에 찾아와 관련 글을 검색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런 경우가 있다면, 그리고 또 그중에 굳이 내 글을 만난다면 진심으로 이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란다.
"예술하지 마세요."
"앰비언트 뮤직은 하지 마세요."
"그냥 재즈나 그루브(Groove)를 타는 그런 음악 하세요."
환기 끝! 다시 작업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