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내지 않는 연습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

by 알레
매일 똑같은 날은 없다.
단지 그렇게 느끼는 나만 있을 뿐이다.


지난 5년간 글을 쓰면서 분명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경험이 풍족한 삶은 쓸 거리도 넘쳐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경험이란 꼭 좋은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힘들고 불편했던 순간에 쓸 말이 더 많다. 다만 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치면 공감보다 과잉이 앞서기 쉬우니, 그 점만 주의한다면 독자의 마음을 얻기에도 좋다.


그렇다고 매일 색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주기적으로 거처를 옮기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라면 글감도 끊이지 않겠다 싶지만, 아직 그런 삶을 살아보지 않았으니 그저 상상으로만 남겨둔다.


돌아보면 직장인일 때가 오히려 쓸 말이 더 많았다. 눈앞의 상황, 사람, 내가 몸담은 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글감이 사방에서 굴러다녔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은 글감의 노다지였다.


퇴사 후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거저 얻던 글감을 이제는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치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쓴 것처럼, 글감을 찾아내는 감각이 흐릿해졌다. 그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나'라는 필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평소 무심코 흘려보내던 감정에 집중하고, 작은 변화에 반응하기 시작하자 일상의 소재들에서도 글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면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주변을 관찰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자신의 내면을 글에 담아내는 것이다.


전업 주부이거나 육아 휴직 중인 분들은 안다. 단조로운 일상을 글로 담아낸다는 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일주일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지금의 내가 딱 그런 상황이라 누구보다 잘 안다. 익숙하게 어질러진 공간, 습관대로 흘러가는 하루. 그 안에서 대체 무슨 글감을 찾겠냐고.


그럼에도 글을 쓸 수 있는 건, 시작은 보이는 것에서 하더라도 이야기는 결국 내면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퇴사 후 전업 육아 아빠로 살아가는 이야기, 집안일을 하며 비로소 공감하게 된 육아 엄마들의 고충, 아이의 조잘거림이 행복이면서 동시에 지켜내야 할 치열함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재정적 위기를 버텨내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 오후 햇살이 집 안으로 스며드는 순간, 소파에 누워 책을 읽으며 느끼는 그 감정 하나도 글의 소재가 된다.


결국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얼마나 밀도 있게 관찰하고, 얼마나 민감하게 느끼느냐다.

지금 바로 메모장을 열어보자. 오늘 내가 관찰한 것, 그것으로부터 느낀 것, 감정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짧은 문장 하나면 충분하다. 그 한 줄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긴 글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