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왕과 나',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생활', '나의 아저씨'. 공전의 히트를 친 이 작품들의 공통점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간극장'이다. 극적인 흐름을 끌고 가는 장치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결국 핵심 줄기는 '사람 이야기'다.
시대와 배경이 달라도 우리가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고, 드라마 속 인물을 간절히 응원하게 되는 건 '사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곧 천만 관객을 돌파할 듯한 '왕과 사는 남자'도 그렇다. 조선 왕조의 이야기는 수십 년간 드라마와 영화로 반복되어 왔다. 대하드라마부터 퓨전 사극까지, 대체로 이야기의 중심엔 사건의 비중이 높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달랐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진하게 남는 여운은 갈등의 해소로 얻는 카타르시스가 아닌 휴머니즘이었다. 진심은 신분의 장벽마저 뛰어넘는다는 것. 실제 단종과 엄흥도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도 그랬을 것 같다는 착각마저 일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비슷한 흐름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발견된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글이 쏟아지는 피드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간결하게 정리한 글은 빠르게 퍼진다. 때로는 별 내용 없이 날림으로 쓴 짧은 글이 심혈을 기울인 글보다 몇 배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때 허탈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콘텐츠가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제한된 글자 수 끝까지 채워 써 내려간 글들이다. 콘텐츠 체류 시간이 극도로 짧은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생각하면, 거의 에세이에 가까운 긴 글에도 많은 사람들이 반응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런 콘텐츠를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어쩌면 우리 마음 한편엔, 사람다움에 대한 갈증이 생각보다 크게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글쓰기 코칭을 하다 보면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자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드리는 답은 하나다. "나의 이야기를 써보세요." 특별한 소재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다. 독자로 하여금 '어라, 이거 내 이야기인데' 라고 느끼게 만드는 건 결국 특별함이 아니라 보편성이다.
그러니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글쓰기를 미루고 있다면, 먼저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길 권한다. 사람과 부대끼며 살지 않는 사람은 없기에, 인간극장은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그것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5년간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선을 언제나 사람에게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만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오늘 나와 부대낀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 너머엔 어떤 감정들이 깔려 있는가.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가.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쓸거리는 반드시 어딘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