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by 알레

잃어버리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게 삶이라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날도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슬픈 날들을 선호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나는 누구보다 그 감정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슬픔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이 스미면 유독 가슴에 오래 기생하며 하루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편이라, 가능한 한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삶은 내가 피하고 싶다고 쉽게 벗어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어느 날 원치 않는 순간에 불청객처럼 찾아와 자리를 깔고 누울 땐, 받아들이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어른이 될수록 그 상황과 감정을 직시하는 데 단련이 되는 동시에, 이면을 바라보는 상상력도 풍성해진다.


지나고서야 배운 게 있다. 달갑지 않은 상황과 감정이 찾아올 때 단기 투숙객이길 바라지만, 혹 오래 머물러야 한다면 차라리 뭐라도 교훈을 발견하는 게 낫다는 것. 그래서 더욱 그 의미를 곱씹는다.


퇴사 이후 지난 5년간 글을 쓰며 나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중이다. 처음엔 나의 부족한 점에만 몰두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으로 흐름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관점의 변화야말로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까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복의 순간을 여러 번 지나야만 했다.


어쩌면 상실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지도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알면서도 반복하는 걸 보면 평생을 다해도 다 깨달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찾아보면 감사한 것들로 넘치는 하루를 살고 있으면서, '찾아봐야만' 그것을 알 수 있으니까.


많은 책들이 삶의 끝자락을 이야기할 때 미루거나 용기 내지 않았던 순간에 대한 후회를 꼭 언급한다. 읽을 때면 밑줄을 그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것이 진짜 내 삶이 되기까지는 또 한참이다. 심지어 그마저도 전부가 아닌 일부에만 적용된다.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생각보다 멀다.


요즘따라 인생은 모험이라는 말을 되뇐다.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기에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서 설레기도 한 것이 모험이다.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 선을 긋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설렘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있길 바란다.


설렘으로 걸어간 길이 오답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길은 반드시 다른 길로 이어진다. 잃어버린 시간처럼 여겨지는 순간도, 지나고 보면 나를 조각하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더 큰 비용을 치르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길 바란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나 자신을 잃어버리기 전에.


지금 감당하기 버거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버려지는 순간은 없다. 단 한 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