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아직 여기 서 있을까.
오늘 인천공항에 다녀왔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떠나는 형이 출국하는 날이었다. 공항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언젠간 갈 거라더니, 결국 가는구나. 나다운 삶의 여정을 내딛는 형이 대단해 보였고, 동시에 부러웠다. 유럽에 가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공항에 갈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는 걸까. 다들 어떤 인생을 살아왔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 생각 한편엔 부러움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나 또한 형을 배웅하는 사람이 아닌, 체크인을 기다리는 출국자 중 한 명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 늘 희망했던 삶의 모습 중 하나다. 어릴 적 살던 동네가 김포공항 근처였고, 고등학교 건물 위로는 늘 비행기가 지나다녔다. 활주로가 보이는 교실에서 비행기를 자주 탈 수 있는 삶을 꿈꿨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직장 생활 동안 몇 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대학생 때는 캐나다와 미국으로, 스페인으로 여행과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이 좋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했다. 기내에서 영화를 네다섯 편 보고 나서도 아직 비행 중이라는 사실이 설레고 좋았으니까. 허리가 자주 아픈 지금은 그때만큼일지 모르겠지만,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새로운 만남을 향해 나아가는 걸 퍽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 만남이 새로운 나라와 문화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인연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양은 달라졌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여행 중인지 모른다.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낯선 생각과 마주하며.
살아있는 누구나 자기만의 방향을 가지고 살아간다. 가만히 멈춰 서 있을 때도 생각과 마음은 끊임없이 어디론가를 향한다. 그 방향이 흔들릴 때도 있고, 아예 잃어버린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래도 중심에 두고 있는 가치가 있다면 결국 그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걸음이 이어진다고 믿는다.
오늘 형은 산티아고로 떠났다. 나는 공항에서 돌아와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떠나는 방식은 달라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걷고 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도, 걷다 보면 알게 된다. 그게 삶이라는 여정의 묘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