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심을 담아 DM을 보내보세요.
직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 중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 원인은 인간관계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지거나 부서를 옮기고 싶을 때와 같이 큰 변화를 고민하게 될 때 그 시작은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인간관계의 문제가 결국 터져버린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비단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친구사이, 가족관계, 종교집단, 동아리, 취미 모임 등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긴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그 긴장을 잘 타고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견디지 못해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체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두텁게 쌓아가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려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는 어떤 식으로 인간관계를 시작하고 있을까? 나에게는 인간관계가 그리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의 이야기는 결론부터 미리 말씀드리자면 '진심과 존중'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공자왈, 맹자왈'로 들리시다면 여러분은 이미 잘하고 계시는 분이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굳이 하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모든 것의 원칙은 단순한 것 같습니다. 성경에도 '진리는 단순하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퇴사를 고민할 무렵 저는 퇴사의 이유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는 왜 퇴사를 선택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무수히 던져보았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존재했습니다. 회사 시스템의 문제, 비전의 부재, 리더십의 부재, 업무의 단조로움, 등 표면적으로야 그 이유를 찾기가 너무 쉬웠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좀 더 본질적인 나만의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가장 먼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고, 혼자 조용히 생각도 해보고, 유튜브 콘텐츠도 찾아보았습니다. 퇴사에 대한 이야기, 좋아하는 일을 찾아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어서 알고리즘을 타고 이런저런 것들을 접하던 중 한 사람의 영상에서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이유, 어쩌면 타인의 시선에서는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 이유를 그 영상에서는 공감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바로 그 유튜버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들어가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당시 보냈던 저의 DM 내용입니다.
당시의 저로서는 살면서 처음 보내보는 DM이었습니다. 그것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단지 그 사람의 콘텐츠가 좋았던 이유만으로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그러나 그냥 딱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내가 느낀 고마움을 표현하자.'
어떻게 하면 진심을 담아 보낼 수 있을까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메시지를 작성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콘텐츠의 어떤 부분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 와닿았는지를 적어보았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훗날 언제가 되었든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은 마음까지 남겨두었습니다.
이후로 몇 번의 대화를 주고받은 후 저는 정말로 이 분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SNS상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또 다른 한 분께 DM을 보냈습니다. 이 분이 출연하셨던 영상은 저에게 큰 영감이 되었고 그날의 감동을 브런치 글로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저는 저의 진심과 존경을 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분과도 이후로 종종 메시지를 주고받는 관계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소위 옛날 사람 같아 보인다고 스스로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하다못해 '~요'자를 써서 무겁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도 해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을 고쳐 원래의 표현대로 메시지를 마무리합니다.
앞서 결론을 말씀드린 것처럼 나의 진심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 존경을 담아 표현한다는 것이 저의 원칙인 만큼 진심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은 대상에게는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이 방법은 한 편으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을 지어주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다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지만 나는 나의 진심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표현한다'는 마인드가 핵심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의 답은 그저 옵션이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인간관계라는 것은 '당신이 나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내가 당신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해보겠어'라는 마인드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몰상식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내가 나를 낮추는데 자신을 드높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니 좋은 인간관계를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나를 낮추고 상대를 존중해주는 것이 어떨까요. 돌아보니 자신을 낮추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