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것도 자기 계발입니다.

- [Vol.13] 목요일 라이프 매거진

by 알레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 전인 요즘 시대에 자기 계발은 삶의 필수과목처럼 여겨진다. MZ세대에게 직장은 N잡 중 하나로서 고정수입을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파이프라인 정도로 보일 정도다. 그만큼 직장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욕구가 강력한 시대를 살고 있다.


자기 계발을 통한 개인의 브랜딩에 부지런한 요즘이지만 에너지를 쏟아내는 만큼 잘 쉬는 것 또한 하나의 중요한 한 축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잘 쉬는 것으로도 하나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시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잘 쉬는 것도 자기 계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목요진 열세 번째 이야기는 '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무엇이 잘 쉬는 것일까. 육아 중인 상태에서도 잘 쉬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한 주간 느낀 점을 기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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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쉼이란?

Editor Ale's Note


나름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지만 그 보다 앞선 세대에 더 가까운 나에게는 그저 열심히, 부지런히 사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저 편하게 쉬는 상태에 들어선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과거를 떠올려보면 학창 시절 담임 선생님은 이런 말을 자주 하셨다. "다리가 부러져도 기어서라도 학교에 와라." 요즘 시대에는 사회적으로 엄중히 다룰만한 이슈거리겠지만 당시는 당연했다. 심지어 나 역시 그래야 한다고 받아들이고 살았다.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쉬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막상 주말이 되면, 휴가철이 되면, 공휴일이 되면 오히려 더 못 쉬는 나를 발견하였다.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 삶으로 체득화된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는 것은 매우 낯설고 심지어 불안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았다. '쉰다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어야 할까?' 나의 대답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조차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그것 또한 잘 쉬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잘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쉽게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돌이켜보니 결국 잘 쉰다는 것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들로부터 잠시 멀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한 달은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한 주 동안은 그야말로 잘 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며 보냈다. 그동안 미루던 넷플릭스 드라마도 보고, 속초로 가족 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봄 꽃이 화사하게 핀 요즘 근처 진달래 동산으로 봄 마실도 다녀오며 개인적으로는 재충전의 시간을, 그리고 아이와 아내 하고는 가족의 추억을 쌓는 시간을 가졌다.


퇴사 후 글을 쓰고, 자신을 브랜딩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동안 하루라도 그것들에 대한 생각에서 맘 편히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한 주는 오랜만에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 보았다.


짧은 여행을 하고 돌아오며 생각했다. 나에게 쉼이란 조각모음을 하는 시간이라고. 퇴사는 삶의 리셋 버튼을 누른 선택이었다면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는 여행은 뒤죽박죽 엉켜버린 생각을 정리해주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가끔은 이런 정리의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무언가를 소비하고 또 어떤 것을 생산해내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피로가 누적되고 효율은 떨어진다. 그럴 때 여행은 가장 효과적인 조각모음의 시간이 되어준다. 하다못해 봄나들이라도 가볍게 다녀오는 것도 좋다. 현실이 답답하고 계획한 일들이 잘 진척되지 않고 있다면 잠시 리프레시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매일 틀어박혀있는 방구석에서라도 벗어나 보자. 잘 쉬는 것도 결국 자기 계발이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아빠가 되고 난 후 하나의 로망 같은 것이 있었다면 아이와 함께 자주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방방곡곡 좋은 곳들을 함께 다니며 사진도 많이 남기고 추억을 쌓는 것이 너무나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 한 달 살기도 떠났었고 가끔이지만 서울 근교로 나들이를 다녀오곤 했다.


지난 한 주, 2박 3일 속초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살이 이후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 여행이었다. 마침 따뜻하고 맑은 봄 날씨 덕분에 여행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그런데 아이와 떠나는 여행은 설레지만 그 속에는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육아'라는 현실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저 장소만 바뀌었을 뿐.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는 분유나 이유식을 먹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유아식을 하고 있어서 엄마 아빠랑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짐이 많이 줄어든다.


14개월 아기와는 사실상 여행지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무엇으로 어떻게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가져갈 수 있는 작은 장난감은 모조리 가방에 넣어 가게 되었고 그만큼 짐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이고 지고 유모차를 밀며 객실로 가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도 새로운 장소가 제법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모든 게 새로우니 이리 기어갔다 저리 기어갔다를 반복한다. 객실 안에 있는 전화기를 가지고도 한참 놀아주니 아빠로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물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전화선은 빼놓았다. 평일이라 그나마 사람이 붐비지 않아 한가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걱정을 한 시름 덜게 해 주었다.


요즘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기는 여행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아내와 여행 기분을 낸다고 와인을 마시다가도 아기띠를 매고 나와 복도를 한 참 걸어야만 했다. 정신은 알딸딸하고 숨은 차올랐지만 덕분에 아내랑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던 것은 한편으로 좋았다.


2박 3일의 시간은 참 금방이었다. 여행이라고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돌아와 짐을 풀고 나니 이내 피로가 올라왔다. 그러나 얕게 깔린 피로는 오히려 이 여행이 매우 좋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육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새로운 장소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내심 뿌듯함이 밀려왔다.


집에서나 여행지에서나 육아는 언제나 고되다. 그런데 하루의 끝에 잠든 아가를 보면 고된 하루가 잊혀버린다. 이상한 자세로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아기를 볼 때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육아 중인 아빠에게 쉼이란 육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가장 편안한 얼굴을 하며 잠든 모습을 볼 때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에너지에 장단을 맞추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아이가 행복하다면, 그리고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잠자리에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무엇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면 단편적으로라도 벗어나는 시간에 충실해보는 것 또한 잘 쉬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퇴사'처럼 완전히 시간을 단절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퇴근'이라는 시간에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채워갈 수 있다면 매일 조금이라도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쉼'이 필요하다면, 그러나 주어진 여건이 녹록지 않다면 일상의 빈 틈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마치며...


어쩌다 보니 목요진 열세 번째 이야기는 시간상으로는 목요일을 지나 금요일에 발행하게 되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이 민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 편을 이어가기 위해 정해놓은 시간을 넘어서라도 기록을 남기는 것에 만족해본다.


잘 쉰다는 것은 사실 정해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뇌과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어떤 방법들이 존재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들보다 가장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어떤 사람에게는 멍 때리는 시간이 가장 잘 쉬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시간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다면 그것이 잘 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평소 '일'로서 규정되는 삶의 영역에 있던 것에서 잠시 벗어나 보는 것이지 않을까. 사실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우리는 어쩌면 이미 각자의 방법으로 잘 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