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l.18] 목요일 라이프 매거진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접어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지나온 삶이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었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후회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몸의 기능이 하나 둘 스위치가 꺼져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죽음이 코 앞까지 다가오면 호흡이 얕아지고 횟수도 줄어들며 의식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다 삶을 마감한다.
최근 읽고 있는 책 <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해보았다. 누구에게나 마지막은 존재한다. 그리고 내 차례는 언제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저 막연하게 내일은, 아직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삶에 후회는 언제나 존재한다. A를 선택하면 선택하지 않은 B, C, D에 미련이 남는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나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선택하지만 '그게 최선이었을까?'라는 의심이 슬며시 틈타기 시작하면 최선이라는 믿음이 깨져버리고 경험해보지 않은 B, C, D안에 대한 장점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굳이 A의 단점과 비교하며 후회하기 시작한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완전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후회보다는 만족스러운 시간이 더 많아지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 단순한 질문이지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맴돌았던 한 주였다.
목요진 열여덟 번째 이야기는 후회 없는 인생에 대해 나누어 보려 한다. 철학자도 인문학자도 아니지만 생각을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나에게 후회 없는 삶이란 무엇일까. 질문에 답을 해보려 한다.
위에 언급한 책 <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는 25년 동안 3,500명이 넘는 환자를 돌본 호스피스 의사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이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본 그는 그의 저서에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 네 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1.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을 것
2.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을 할 것
3.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애정을 표현할 것
4.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보낼 것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네 가지 조건을 인식하고 살아간다면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네 가지 조건을 쉽게 검증해볼 수 있는 방법은 반대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스스로를 부정하는 삶.
도전이 없이 쳇바퀴 굴러가든 반복되는 삶.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삶.
그저 살아있으니까, 시간이 흘러가니까 살아낸 오늘 하루.
말 만으로도 벌써 우울감이 밀려온다. 심지어 인생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마저 생겨난다. 우리는 참 많은 후회를 내뱉고 산다. 해보지 않았던 것,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친 것,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 주저했던 것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았던 것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생각이 후회에만 미치면 지나온 인생이 너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순간들 나는 다른 선택들을 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이어져 오늘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나간 것들을 통한 자기반성은 오늘을 충만하게 살아내기 위한 자양분 정도면 충분하다. 인생에 후회는 너무나 당연하다. 사실 후회 없는 삶이 존재할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어쩌면 후회가 남는 것에 너무 많은 미련을 두는 것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후회가 덜 남는 쪽을 선택하기 위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만 집중하면 아무래도 지나치게 많은 것을 떠올리고 맙니다. 하지만 어떻게 마지막을 맞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지금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과 진정으로 원하는 것만이 분명하게 떠오릅니다.
삶의 계획을 세울 때 가끔은 시간을 거꾸로 내려와 보는 것이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만들기도 한다. 즉, 최종적으로 되고 싶은 나를 떠올리며 한 단계 전으로, 또 한 단계 전으로 거슬러 내려오면 지금 내가 내디뎌야 할 한 발이 무엇인지 더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1년 뒤를 마지막 날이라고 설정해보고 어떤 마지막을 맞고 싶은지를 떠올리며 역순으로 생각을 정리해보면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지난날에 후회가 가득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부터 1년 뒤를 떠올리며 삶의 방향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주저하는 일은 덜하지 않을까. 내일로 미루던 것들을 오늘 해보게 되지 않을까. 한 순간에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나의 삶을 진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당신은 1년 뒤,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 하고 싶은가?
오늘 자신에게 답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삶에서 부정할 수 없는 것 한 가지를 이야기해보자면 지금의 난 그동안 지나온 무수한 '오늘'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12월 31일이라는 지점에 서서 뒤를 돌아봤을 때 후회의 비중이 만족보다 높다면 지난 364일 동안 나의 선택들은 어떤 부분에서 신중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신중했을 수도 있다.
사실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이다. 하루하루가 쌓여 오늘의 내가 되었다는 것은 뻔한 표현이다. 그러나 나는 마흔 살이 넘어서야 이 이야기의 의미를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그저 듣기 좋은 소리로만 들렸던 그때에는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넣어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삶에서 그런 날은 거의 오지 않았다.
오히려 미루는 선택들이 쌓이다 보니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라는 존재가 서서히 안갯속에 가려졌다.
내가 브랜드가 되고 싶어 다시 고민을 시작했을 때 나는 나의 흔적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귀멸의 칼날>을 보면 형체가 독특한 괴물 같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이들을 물리쳤을 때 괴물 같은 형체는 사라지고 이전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서서히 살아진다. 오랜 시간 동안 진짜 내가 원하는 것들을 꾹꾹 눌러두고 살아온 삶은 한 편으로는 내 본모습을 가린 체 살아가는 괴물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그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미루려 할 때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외친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행동으로 옮기려고 애쓴다. 대표적인 것이 목요진의 시작이었다. 나의 삶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서서히 '나중에 하지'라는 생각이 틈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공개 선언했고 바로 기록을 시작했다.
책을 출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스테르담 작가님이 진행하는 공저 출간 모임이 눈에 들어왔고 망설임 없이 신청하게 되었다.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자기 계발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고 독서습관을 기르고 싶어서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알레가 간다' 지인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고, 지식 창업의 방법을 알고 싶어서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지난날의 나였으면 미루고 또 미뤘을 일들이다. 고백하자면 이번 주에 좋아하는 작가님의 원데이 클래스가 문화센터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지만 '나중에 신청해도 되겠지 뭐'하는 생각으로 미뤘다가 결국 참석할 수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미루는 습관이 남아있지만 과거의 나와는 확연히 달라지긴 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 내가 가장 많이 집중하는 것은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늘 입버릇처럼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직장생활을 할 때와 비교하면 넘쳐나는 정도이다. 목요진을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이유도 주기적으로 나 자신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뿐이다. 그러니 오늘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내일의 나는 이자를 지불하는 삶을 살게 될지 아니면 복리가 쌓이는 삶을 살게 될지 결정된다. 아직 1년 뒤, 마지막 삶을 그려보는 것 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했지만 적어도 오늘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적어도 내일의 내가 이자를 지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라도 오늘 하루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본다.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지 겨우 1년이다. 여전히 내 삶의 관성은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나타나게 만든다. 그러나 끊임없이 되뇌다 보니 조금씩 관성의 힘이 약해짐을 느끼게 된다.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최근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허리가 좋지 않아 늘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육아와 장시간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을 보내는 요즘 허리가 많이 약해짐을 느꼈고 위기의식마저 생겼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진작 시작했으면 이미 몸이 많이 좋아졌을 텐데라는 생각에 후회도 들었지만 그냥 지금이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라고 마음을 바꿔보니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 지난날의 후회가 자양분이 되어 틔워낸 싹이 잘 자라 꽃이 피고 만족이라는 열매를 맺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앞으로의 목요진에는 만족스러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기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22년 나의 삶이 후회 없는 삶이기보다 만족스러운 삶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