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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May 28. 2022

실천을 위한 환경설정

- 그 단순한 것을 실천하기가 왜 그리 어려운 것인지 싶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참 간단하다. 


배가 고프면 먹는다.
졸리면 잔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꾸준히 쓴다.
몸을 키우고 싶으면 꾸준히 운동을 한다.
독서를 하고 싶으면 책을 사거나 빌린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 더 이어가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런데 그 당연한 게 왜 때로는 당연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마치 'A면 B다'와 같은 공식처럼 단순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인생처럼 보이지만 막상 살아보면 B가 아니라 Z인 경우가 허다하다. A에서 Z에 가기까지 참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며 심지어 항상 Z에 이른다는 보장도 없다. 


A에서 Z에 도달하기 쉬운 경우가 있긴 하다. 특별한 노력이나 강한 의지를 요하지 않고도 시간을 쉽게 보낼 수 있는 흥밋거리를 선택하면 된다. 단적인 예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기 시작하면 대개 계획한 한 편만 딱 보고 멈춰지지 않는다. 한 회차가 끝나면 엔딩 크레디트가 채 다 올라가기도 전에 자동으로 다음화로 연결되는 시스템은 순간의 멈칫거림을 노리는 절묘한 노림수다. 누구나 쉽게 당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독서나, 글쓰기, 필사하기, 운동하기, 강의 듣기, 콘텐츠 만들기 등 노력의 시간이 제법 많이 들어가고 집중해야만 하며 '놀고 싶다', 또는 '쉬고 싶다' 등 나의 의지와 싸워야만 하는 것들의 경우에는 끝에 도달하는 것은 고사하고 시작조차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되는 그리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게 되었다. 






최근 새롭게 마음먹은 것들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운동, 둘째는 독서, 그리고 셋째는 필사이다. 운동은 PT20회와 1년 이용권을 구매하였다. 독서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책을 여러 권 구입했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쌓아두었다. 가장 최근에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 필사인데 필사를 하기 위해 노트를 구입했다. 세 가지 모두 시작을 위한 초기 세팅은 끝난 셈이다. 


현재 운동은 가장 강제성이 확실한 만큼 잘 진행되어가고 있는 편이다. 거금을 쓴 만큼 하루라도 아깝지 않으려고 PT가 없는 날도 어떻게든 센터에 가서 개인 운동을 하고 있다. 하다못해 샤워라도 하고 와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실천 중이다. 글쓰기는 공저 출간 프로젝트와 별도의 글쓰기 챌린지 모임에 참여 중이다. 독서는 어떠한 강제성도 없기에 책 내용을 메모하듯 정리해서 SNS 계정에 올리는 방법으로 셀프 인증이라도 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중에 독서는 나에게 여전히도 가장 어려운 실천영역이다. 


하루 중 육아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은 약 6시간 남짓이다. 그 시간에 선택해야 할게 너무나 많다. 기본적으로 집안일들이 있고 운동 시간이 고정적으로 잡혀있다. 여기에서 일단 3시간 정도가 빠진다. 그럼 남아있는 3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1) 독서, 2) 글쓰기, 3) 온라인 강의 듣기. 그 와중에 강의는 또 여러 가지이다. 


고민하는 새 시간은 또 흐르고 결국 무엇을 선택해도 성에 찰만큼 시간을 갖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온라인 강의 듣기를 제외하고 운동, 독서, 글쓰기 중에 가장 실천 환경이 잘 잡혀있지 않은 독서 실천을 보완하기 위해 필사하기를 선택했다. 아주 잠깐 필사 챌린지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었다. 책을 한 권 설정해서 좋은 문장들을 필사해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마감이 다 되어 갈 즈음 겨우 한 두 문장 적는 수준이었고 결국 중간에 멈춰 섰다.


이때의 실패 경험을 돌이켜보면 마음은 먹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계획이 매우 두루뭉술했다는 점이 문제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나 스스로가 필사를 하고 싶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현재 운동은 PT, 글쓰기는 공저 출간 프로젝트와 글쓰기 모임이라는 장치가 존재한다. 별도의 장치가 없었던 독서를 위해서는 필사하기라는 장치를 보완한 것이고 필사를 위해서는 마음에 드는 노트를 구입했다. 


별 것 아닐지 모르지만 나는 나의 행동 욕구를 자극시키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면 보다 강한 의지를 갖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실제 필사를 진행할 노트의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은 큰 동기부여가 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무엇이든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참 단순하다. 그러나 실제로 시작하기까지가 참 쉽지 않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 안에 벌여놓은 여러 가지 일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도 적잖은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해야만 하게끔 만드는 나만의 환경설정이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것은 큰 비용을 들이는 방법이다. 본전 생각이 나서 도저히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가 없게 된다. 그다음은 커뮤니티를 구성하거나 참여하는 것이다.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혼자 할 때 보다 확실히 실천해낼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는 한 가지를 실천하기 위해 상호보완적 장치들을 붙여주는 것이다. 위의 경우로 보면 독서와 필사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어준다. 필사를 위해 책을 읽게 되고 필사를 통해 문장이 수집되면 책의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기억해낼 수 있다.


물론 장치가 많아질수록 해야 할 몫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의지가 있다면, 내가 가장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해낼 수 있게 만들어줄 상호보완적인 것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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