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를 이루게 만드는 힘이 절실함이다
연말이 다가온다. 이쯤 되면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자기반성 모드에 돌아갈 법하다.
지난 11개월의 시간 동안 난 무엇을 했을까.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까.
누구는 책을 출간했다는데, 또 누구는 여러 차례 좋은 협업 제안을 받았다는데,,,
새해에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돌이켜보면 사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뱉었던 말은 '10월에 퇴사하기'였는데 놀랍게도 난 그것을 달성했다. 살면서 '목표'와 '결과'를 인식하며 살았던 적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올해 내가 달성한 결과는 어떤 면에서는 참 의미가 있다.
직장인들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퇴사의 욕망이 있다.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든 그저 기분에 따라 툭 던지는 푸념 정도일지라도 말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삶의 시작은 곧 죽임으로 향하는 길인 것처럼 입사는 곧 퇴사에 도달하기 위한 카운트다운의 시작인 셈이다.
그만큼 당연하고 직장인라면 누구에게나 한 번은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 퇴사이다.
가만히 있어도 자연의 섭리처럼 다가올 퇴사를 목표로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 냈다는 것에 참 장황하게 떠들어 대는 기분인데 사실 여기에는 중요한 삶의 작동 원리가 숨겨져 있었다.
절실함 또는 간절함
목표를 이루어 내는 데는 무엇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까. 주변 환경이 중요한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의지가 우선인 사람도 있다.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그리고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직장인이던 시절을 돌아보면 나에겐 환경이 중요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는지, 사무실의 공간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어떤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지에 따라 목표를 향한 의지의 강도가 달라졌다.
업무 환경에 변화가 생긴 것이 퇴사를 고민한 계기가 되었고 더 이상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 않기 시작했을 때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후 회사가 아닌 나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절실해지기 시작했고 절실함은 퇴사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가장 큰 의지력이 되어주었다.
절실함의 가치를 깨닫고 난 이후부터 일상은 달라졌다.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매일 고민하였고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매일 무언가를 기록하고 주어진 미션들을 인증해 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변하고 싶었고 변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은 더 이상 답이 아니었음을 알았기에 작은 습관부터 전부 바꿔야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다는 것이 때로는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수건을 더 비틀어 쥐어짜는 듯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처음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그다음 주가 수월해졌고 매일의 성취감이 쌓여갈수록 자기 효능감이 상승함을 느꼈다. 그 기분에 취해 쉬어가도 되는 날 까지도 무언가에 대해 글을 썼고 어느새 한 달의 기간을 완주할 수 있었다.
반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동료들이 생겼다. 서로 응원해주고 끌어주며 갖가지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좋은 사람들이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있다. 내가 경험했던 그 에너지를 나의 처음처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기버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퇴사라는 목표를 달성한 후 잠시 동안은 글 쓰기를 멈추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더 이상 무엇을 써야 할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부분 직장 생활은 나의 글감이 되어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브런치는 나를 퇴사 전문가로 브랜딩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어지간히 퇴사 이야기를 하고 살아온 것 같다.
현재 까지는 출근도 퇴근도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 당연히 더 이상 퇴사도 없다. 그러나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니 내가 기록해온 퇴사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던 진짜 보물은 '절실함'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떤 누구라고 자신의 삶에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만은 솔직한 자신과 마주해보면 그 깊이를 알 수 있다. '아직은 그렇게 간절하지 않구나' 또는 '나는 누구보다 진심이다'라는 것을 말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 나의 지난 한 해의 기록을 결산해보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보았다. 글을 쓰다 보니 마치 목표를 이룬 자의 경험담을 나누는 듯 보이지만 이제는 직장인 일 때보다 더 하루하루가 간절하다. 더 이상 고정 수입이 없는 삶은 하루 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게 나를 재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흥분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다시 내 안에 절실함이 끓어오르고 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브런치는 나를 어떤 전문가로 브랜딩 해줄지 궁금하다.
그리고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기대된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절실함이 없는 것이 꿈이나 목표가 없는 것보다 더 초라한 삶일지도 모른다'라고.
만약 이 말에 공감하고 있다면 지금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지금 무엇에 가장 절실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