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1년, 그리고 목요진 20호

- [Vol.20] 목요일 라이프 매거진

by 알레

목요진 20호는 의미가 조금 특별하다. '글쓰기 1년, 그리고 목요진 20호 발행'은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지속해온 꾸준함을 대변해주는 기록이 되었다. 1년만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어느새 1년을 넘어 계속되고 있다. 사실 '20'이라는 숫자가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글쓰기 1년이라는 의미에 살짝 올라타 특별해졌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니.


블로그에서 남겨진 목요진의 프롤로그를 다시 열어 보면서 처음의 목적을 상기시켜보았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가치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뭐가 불안한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것.


목요진의 출발이 나를 기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비교적 잘 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아직도 기록할 거리가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시작한 것 치고는 이만큼 이어진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목요진의 처음을 돌아보다가 문득 글쓰기의 처음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왜 글쓰기를 시작했을까. 나의 글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생각해보니 글쓰기의 시작도 목요진의 시작과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나의 글쓰기는 지난 1년 동안 목적에 따라 계속 제 나름 방향을 잘 이어온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번의 1년 동안에는 어떤 것들이 기록될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글쓰기 스타일은 또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 기대된다. 목요진 20호에서는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글쓰기로 달라진 나의 삶을 재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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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Ale's Note

이제는 쓰고 싶어서 쓰는 글


글을 쓰고 있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단하다!'이고 다른 하나는 '네가?'다. 처음에는 나조차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색했다. 그나마 지금은 그 쭈뼛거림은 사라져서 다행이다. 글쓰기가 재밌다고 말은 하지만, 그냥 생각 없이 편하게 쓴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사실은 쓰고 지우기를 수십 번 반복해 겨우 하나의 글을 발행한다.


어색한 표현, 부족한 어휘, 장황한 서술로 인한 지루함까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하다. 그런데도 글을 계속 쓰는 이유는 '그냥 쓰고 싶어서'다. 더 잘 쓰고 싶고 더 많이 쓰고 싶은 욕심이 앞설 때도 있지만 아직은 능력 밖이니 그냥 글 하나를 발행했다는 것에 만족하게 된다. 시작에 끝맺음을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 아닌가.


쓰고 싶어서 쓴다는 표현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냥 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선택하는 것이 살면서 그리 많지는 않았다. 보통은 누군가의 조언을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롯이 내가 이유가 되어 선택한 것이 글쓰기라는 점에 조금은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제는 나를 소개할 때 더 자신 있게 작가라고 소개한다.


지난 1년, 양적 쓰기에 주로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1년은 양질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2022년 연말이 되면, 브런치가 나를 다작 작가로 브랜딩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참고로 2021년에는 퇴사 작가로 브랜딩 해주었다.)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면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필사 챌린지를 시작하다


최근 표현의 한계를 자주 느끼고 있다. 글은 삶을 반영하는 듯하다. 퇴사 후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외향인인 나로서는 기분이 처질 때가 많다. 기분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의 글이 점점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나름의 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필사였다.


다행히 뜻이 맞는 사람 둘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겨우 4일 지났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정성스럽게 눌러쓰는 것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손글씨를 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글씨를 잘 못쓰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펜을 잡아보니 짧은 시간에도 손아귀가 제법 아프다.


필사를 시작하니 책 속의 문장이 달라 보인다. 그동안 빠르게 훑고 지나 가전 문장들을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 이따금 잠시 눈길을 붙잡아 버리는 표현이나 문장, 단어를 만나게 되면 보물을 찾게 된 듯 기쁘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감동에 빠져있다가 나의 글을 열어 보면 순간 찬물을 확 끼얹는 기분이 든다.


가까운 지인에게 나의 글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했다. 잠시 뒤에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다. "글이 재미가 없어요."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그 이상의 답을 들으니 강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가 되어버린 듯했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는지 대화를 나누며 하나 둘 정리해보니 점점 이해가 되었다. 피드백을 통해 들은 내용들은 사실 최근 내가 느끼고 있는 불편한 감정과 일맥상통했다. 덕분에 정의하지 못하고 있던 무언가를 선명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필사를 통해 이러한 부족한 점들을 채워 나갈 것이다. 좋은 문장을 눈으로, 입으로, 손으로 옮겨 적어보며 오롯이 나의 것으로 재생산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난 1년 동안 잘 해온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동시에 앞으로 다듬고 고쳐야 할 습관들을 떠올리며 바짝 나를 조여 본다.


한 달의 기간을 정해놓고 시작한 필사 챌린지이지만 사실 마음속에서는 무기한으로 계획을 수정해놓은 상태다. 앞으로 한 권 두 권, 책 장에 필사 노트가 쌓여갈 때마다 나의 상상력과 필력도 함께 자라나게 될 것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글쓰기 1년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마치며...


목요진 창간 20호에 글쓰기 1년이 더해져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음이 감사하다. 생각해보니 1년 동안 계속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독자님들 덕분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적은 숫자이지만 글이 발행될 때면 늘 방문하여 글을 읽어주는 독자 분들이 없었다면 애초에 접었을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1년 동안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평범한 삶을 이야깃거리가 많은 시간으로 바꿔 주었고, 일상의 시선을 관찰하게 만들었다. 또한 순간을 기록하게 만들었고 계속 질문하게 한다. 삶을 쉽게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호흡이 있는 한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1년 뒤, 또다시 회고하게 될 때에도 여전히 글을 쓰는 이유가 '그냥 쓰고 싶어서'이길 기대해본다. 어쩌면 '그냥'만큼 가장 솔직한 이유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