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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27. 2022

파워 P형의 습관 만드는 방법

- 습관은 결국 즐거움에 뿌리내려야 한다.

월, 화, 수, 목, 금 주 5일을 새벽 기상을 하며 하루를 모닝 루틴으로 시작한다. 이미 말짱하게 깬 뇌를 가지고 출근한 김습관 사원은 여느 때처럼 주어진 업무를 착착 AI처럼 해치운다.

다른 회사보다 점심시간이 30분 길게 주어지는 사내 복지 제도 덕분에 간편식을 마치고 근처 헬스장에 간다. 가벼운 운동은 오후의 활력을 더해준다.

마라톤 같은 회의가 이어지지만 모두가 거무죽죽한 얼굴을 하고 앉아있을 때 김습관 사원은 혼자 쌩쌩하다. 이미 1년이 넘도록 지켜온 하루의 루틴 덕분에 누구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김사원도 유난히 주말에는 평일의 루틴을 지켜내지 못한다. 아무래도 불금의 즐거움을 뒤로하기엔 젊음이 너무 아깝다. 5일을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여기지만 어딘가 찝찝함이 남는다.

마치 매일의 습관이 깨어지는 듯 말이다.






습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요즘이다. 자기 계발 콘텐츠들의 카피를 보면 습관을 전제로 두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매일 실천하는 습관', '나를 기록하는 습관', '성공하는 습관', '부자 되는 습관', '글쓰기 습관' 등 생각보다 많은 것들에 '습관'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더 나은 내일이 이루어질 것 같은 심리를 담보로 구매 욕구를 자극시킨다.


문득 이런 질문이 생긴다. '습관을 만든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이 기회에 습관 만들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습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시간에 대한 횡적인 접근 방법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 1일부터 31일. 1월부터 12월. 말 그대로 시간을 한 줄로 길게 늘려놓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방법을 통해서는 정해진 루틴이 잘 지켜지는 때와 잘 지켜지지 않을 때의 일정한 주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령 김습관 사원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5일(잘 지켜짐) - 2일(잘 지켜지지 않음) - 5일 -2일 간격으로 반복된다는 뜻이다.

 

반면 자칫 해내는 주기가 짧게 나타나거나 일정하지 못할 경우 '작심 3일'이라는 말처럼 스스로를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도 쉽다. 따라서 횡적인 접근 방법에 종적인 접근 방법을 더해주는 것이 좋다.


종적인 방법에서 시간의 흐름은 횡적인 방법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이번에는 반복적인 흐름을 마치 달력의 모양처럼 두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

...

...


위에서 보이듯 같은 요일의 반복이 52주 동안 지속되는 형태가 된다. 이미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의도를 알아챘을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서는 루틴을 매일과 동시에 매주 같은 요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김습관 사원에게 해당 방법을 적용하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루틴이 존재하고 또한 매주 토요일, 일요일의 루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매주 주말마다 별도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횡적 방법에 종적인 방법을 더해주면 '작심 3일', '의지박약'이라는 처참한 셀프 피드백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앞의 두 가지 방법보다 개인적으로 나의 습관 형성에 더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세 번째 접근 방법이다. 바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즐거움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요즘 내 주변에는 파워 J형들이 몇몇 있다. 그들이 삶을 계획하는 것을 보면 P형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밀려온다. 마치 나 자신이 지극히 무계획적 인간으로 보일 지경이다.


나와 같은 P형 인간에게는 세세한 시간 계획이나 일목요연한 프로세스 같은 것은 오히려 고민하다 하루가 다 간다. 그보다는 시간을 블록화하고 굵직한 목표를 설정해보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주중 - 브런치 글 2개 발행, 독서, 운동, 인스타그램 콘텐츠 발행, 불렛 저널 기록하기.
주말 - 무조건 가족이랑 시간 보내고 잘 쉬기. 끝.


이 방법은 실제로 나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세부 계획이 없어 오히려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주중과 주말로 시간을 블록화 하여 스케줄을 관리하니 주중의 어떤 날이든 지켜내면 그만이다.  


J형들이 보면 너무나 엉성해 보이는 습관 형성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적어도 내 주위에서 나에 대해 '꾸준함이 강점'이라고 평가해주는 것을 보면 이 방법도 효과가 있는 듯싶다. 더불어 무언가를 1년 이상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습관화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습관이라는 것은 지켜내는 것보다 깨어지는 것이 쉬워 때론 허망함이 밀려온다. 8년의 시간을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출근을 했지만 퇴사하는 순간 지난 8년의 습관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반면 1년여의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오는 글쓰기 습관은 잠시 멈추더라도 출근 습관처럼 사라지기는커녕 언제 다시 글을 쓸 거냐고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출근을 위해 지켜오던 아침 기상은 퇴사와 동시에 사라졌지만, 이른 아침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선택한 미라클 모닝은 신기하게 잘 지켜진다. 회의 시간에는 늘 침묵으로 일관하였지만 사이드 프로젝트 중에는 방언이 터지듯 입이 쉬질 않는다.


결국 습관은 즐거움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에 다시 한번 확신을 갖게 된다.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내가 글쓰기 습관을 지켜 낼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즐거움이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습관을 돌아보자. 잘 뿌리내린 습관과, 그렇지 않은 것. 여전히 습관 형성이 어렵다면 목표하는 습관에 재미를 더해주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재밌는 것은 언제나 몸이 기억하기 마련이니.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습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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