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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Jul 25. 2022

정체성과 습관 사이

아들과 함께, 장소는 무안군 톱머리 해수욕장
나의 정체성을 기록해봤다.

읽고 쓰는 사람.
이야기를 찾는 사람.
여행하는 사람.
수줍은 사람.
그리고 시도하는 사람.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 습관이나 버릇은 무엇일까.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언제부턴가 자기소개 수식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매일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첫 번째로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읽고 쓰는 일을 일상처럼 하고 있다. 찾아야 될 자료도 많고, 아직도 모르는 게 투성이다. 덕분에 읽는 버릇이 되어 있지 않으면, 도저히 쫓아갈 수 없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렇게 읽어도 따라가기 바쁘다. 현재 내 수준은 딱 거기까지다.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쓰기 위해서다. 멈춤 없이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고 맘에 쏙 드는 글이나 문장을 짓는 것은 아니다. 그저 쓴다. 그렇게 쓴 글은 낯설고 새로운 독자에게 연결된다. 쓰는 플랫폼과 형태도 다양하다. 운영하는 뉴스레터를 비롯해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로 확장된다.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모임 '당신을 쓰는 밤' 카페에는 보다 내밀한 속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얼마 전에 공저 제안을 받았다. 나처럼 직장인과 아빠, 작가라는 정체성을 띈 분이었다. 내년에 '책 쓰기'를 주제로 세 번째 책을 출간하는데 함께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써오셨던 글을 보내주셔서 틈틈이 읽었다.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직 최종 답변을 드리진 않았지만, 제안을 주신 부분에 감사함을 느꼈다. 따로 PR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써왔던 글은 가끔 이렇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읽고 쓰는 습관은 퇴근이 없다. 월, 화, 수, 목, 금 주 5일제를 넘어 주말까지 이른다.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아이폰 메모장이나 수첩에 기록한다. 아, 기록하고 메모하는 것도 습관이라면 습관이겠구나. 내 기억력을 믿지 않기에 오래전부터 해오던 행동이다. 그렇게 남긴 흔적은 나중에 영감이 된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메모지가 빛을 바란다.


두 번째는 '이야기를 찾는 사람'이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별다른 게 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최대한 말수를 아껴 상대방의 숨은 마음과 이야기를 경청한다. 이것은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화려한 말발 따윈 없는 스타일이라 진득하게 다가간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난 그렇다.


어쩌면 말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질문이라고 본다. 사람을 향한 관심이 깊다면, 조금 두서없지만 마음에 닿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요령도 생겼다. 그 얘기는 언젠가 따로 풀고 싶다.


'여행하는 사람'  그대로다. 단어도 좋고 의미도 사랑한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있으면 힘껏 어디론가 떠났다. 낯선 골목길을 걸었고 사람을 만났다. 풍경은 오래된 카메라에 담았다. 코로나19 이후로특별한 일이 없으면 1년에  번은 제주도로 했다.


요즘은 토요일마다 떠나고 있다. 함께하는 친구는 26개월 된 아들이다. 여행의 시작은 토요일이라도 엄마 혼자 있는 시간을 두자는 취지였는데, 우선 아내가 만족하고 있다. 또, 아직 어리지만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큰 고통 없이 견뎌내고 있는 효자 덕분에 계속 이어가고 있다. 호남은 그런 면에서 살기 좋은 곳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고요하고 포근한 산과 바다, 들을 만난다.


스테르담 작가님, 알레 작가님, 나, 스티브 작가님.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나는 생각보다 '수줍은 사람'이다. B형에 E로 시작하는 MBTI를 가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줍음은 더한다. 최근 팀라이트 작가님들과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는데 돌처럼 굳어버렸다.  1년 가까이 화면으로만 봐왔던 터라, 신비로웠다. 윤종신의 '환생' 노랫가사처럼 마음속으로 '오~ 놀라워라. 그댈 향한 내 마음'을 중얼거렸다.


매일 읽고 쓰며 이야기를 쫓고, 여행을 즐기면서 수줍은 나는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 '시도하는 사람'이다. 결국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다. 나는 도전을 매번 습관처럼 하고 있다. 그 힘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을 조금씩 나의 속도로 해내고 있다. 물론 실패하기 일쑤다. 조금은 편하고 안전된 길도 분명 보였지만, 휘청거리면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이 습관과 버릇은 바꿀 수 없는 내 모습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냅니다. 이번 달 주제는 <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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