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결국 만나게 될 사람들이었다.
왜 그럴까.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나려 한다.
그냥 아무 일도 없이 흘러가는 하루의 오후 2시인데.
날이 더워 집 근처 카페에 앉아 오늘의 작업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오랜만에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보았다. 약 11분짜리 영상을 보는데 오늘따라 마음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오르는 기분이 느껴진다. 가끔 마음이 힘들 때 이 분의 영상을 꺼내 본다. 이상하게 나에게는 맞춤 처방약 같은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긍정 에너지로 가득 차거나, 어딘가 진한 감동으로 몽글몽글해지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다. 콘텐츠가 가진 힘은 참 놀랍기만 하다.
요즘 콘텐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새롭게 합류한 팀에서의 활동이 나에게 여러 가지 좋은 자극이 되어 준다. 생전 콘텐츠나 브랜딩과 같은 마케팅 영역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는데, 지금은 내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콘텐츠에는 왜 이런 울림이 있는 걸까?'
'이건 어떻게 만든 거지?'
'와, 나도 이런 디자인 작업을 만들어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구독자가, 팔로워가, 고객이 우리의 콘텐츠에서 가치를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아무런 기초도 없는 나에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무엇하다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아 작업의 속도는 무척이나 더디지만 그럼에도 고민의 시간은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생각해보니 삶이라는 것이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인 것 같다. 철학도, 경제학도, 정치학도, 결국 사람을 탐구하며 만들어진 학문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나에게 맴도는 질문들은 지극히 당연하다. 나의 고민의 대상은 언제나 1순위는 '나 자신'이다. 끊임없이 '나'를 탐구하다 보니 점점 '남'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제는 '남'이 어떻게 하면 '나'를 궁금해하게 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다.
타고난 감각이 그리 세련된 손은 아니다 보니 생산해내는 결과물도 탁월한 편은 아니다. 여전히 빼야 할 때 가득하고, 채워야 할 때 쓸데없이 많이 빼내기 일수다. 그러니 항상 작업 공수가 많이 드는 편인데 미련하게 붙잡고 앉아있다가 뭐라도 만들어 냈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좋아 계속한다.
SNS를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호기심이 생겨 메시지를 건넨 적이 종종 있었다. 대부분 많은 수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다 보니 답을 기대하고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는데 의외로 성심껏 답을 남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첫째는 나의 메시지가 상투적이지 않아서였을 것이고 둘째는 그의 콘텐츠를 허투루 보거나 본 척하고 관계나 트려는 사람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져서 이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 보았던 영상에서는 '콘텐츠는 세상에 던지는 초대장이고, 레쥬메(Rezume)'라고 한다. 오늘 이 표현이 너무 와닿았다. 꼬꼬마 시절 생일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하기 위해 삐뚤삐뚤 글씨와 어설픈 그림으로 초대장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완성도'라는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쓰레기통으로 가야 마땅한 초대장이지만 친구들은 고마워했고 좋아했다. 왜일까? 외형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진심과 메시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 가치로 치환될 수 있으려면 그만큼 완성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전에 보다 본질적인 것에 더 큰 힘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시대는 절대다수의 고객보다 찐 팬이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결국 결이 맞는 사람이 얼마나 함께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니 콘텐츠 하나를 발행해도 초대장을 보낸다는 마음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나의 초대에 응해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