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랑비에 젖는 것은 옷 만이 아니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by 알레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을 좋아한다. 인생 마흔 줄에 접어들어 돌아본 지난 40년의 삶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인생의 희로애락이 '가랑비'로부터 대체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가랑비는 이슬비보다는 굵고 보통 비보다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뜻한다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보태 보자면 가랑비가 종일 내려봐야 지면은 젖어도 물이 고이는 곳은 거의 없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에게 가랑비는 우산을 펴기에는 너무 짜쳐보이게 내리는 듯하고 그렇다고 또 안 펴자니 안경이나 피부에 닿는 물방울이 영 거슬리는 여간 귀찮은 존재다.


고작 그런 정도의 비라도 내내 맞고 서있으면 결국 옷은 꿉꿉하게 젖어들기 마련이다. 이 속담이 쓰이는 상황은 보통 부정적인 상황일 때다. 한 푼 두 푼 푼돈이라 여기며 매일 같이 써버린 돈이 결국 주머니 사정을 궁핍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거나, 가볍게 여긴 나쁜 습관이 매일 오래도록 반복이 되니 어느새 여든까지 가버린 습관이 되어있다거나.


그런데 꼭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닌 듯하다. 인생의 좋고 나쁜 많은 일들이 사소한 또는 소소한 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어제오늘 사이에는 전혀 느낌도 오지 않는 일들이 수개월, 또는 1년이 지나 돌아보면 놀랄 만큼의 간격이 벌어졌음을 그제야 실감하게 된다.


그야말로 별 것 아니라고 여긴 것들이 실상은 별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람 마음도 그렇다. 친한 사람과 사람 사이, 말 한마디 가볍게 툭툭 던지는 건 일상 다반사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 한쪽에게서 좋고 나쁨을 떠나 평소와 다른 기류를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렇다. 마음도 서서히 젖어들고 있던 것이다. 좋은 감정이 스민 것이라면 마음이 설레겠지만 정 반대의 경우라면 영문도 모른 체 멀어져 가는 상대를 바라보며 답답함만 쌓일 뿐이다. 그러다 결국 서로 낯선 사람이 돼버리는 것을 수 없이 봤다.


내가 이 속담을 좋아하는 건 이처럼 한 문장으로 인생이, 그리고 한 사람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어울리는 것이 좋고, 마음을 나누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좋다. 이 사람 맘에 든다 싶음 푹 빠져들기도 하고 그러다 혼자 너무 깊이 들어가 셀프 멱살을 잡고 겨우 끄집어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앞서 겪어본 덕에 이제는 빠져든다 싶으면 스스로 컨트롤할 줄 알게 되었다. 언제나 몇 가지 공통된 조짐이 있었기에, 자가 레이더에 시그널이 감지되면 셀프 멱살 시스템이 작동한다.


그런데 이게 어디 사람에 대해서만 그럴까. 정리 정돈하는 것도 하나 둘 자꾸 미루다 보니 점점 미루는 게 삶이 되어버렸고 어느새 손을 대기 어려울 만큼 어질러진 주변을 보며 망연자실할 때도 있었다. 반대로 꾸준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책도 출간해보게 되고, 강연도 준비하게 되고, 글 쓰는 사람들이나 자기 계발에 진심인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했다.


거듭 말하지만 결국 인생에 무언가 되고 안되고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랑비'라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반복되고 있었던 미묘한 생각들과 미세한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스며들어 오늘의 내가 된 것이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싶다면 지금 나를 적시고 있는 '가랑비'가 무엇인지 집중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돈을 벌고 싶다면서 매일 푼돈이라 여기는 지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독려하면서 매일같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겠다면서 내내 생각하고 내뱉는 말은 온통 스스로를 바닥에 내려 까는 부정적인 표현들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원하는 삶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언어를 바꾸자.

내 언어가 나의 가랑비가 되어 매일 나에게 스며들게 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