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다 지독해.'
요즘 이 말이 가장 듣기 좋다.

누군가 당신의 진심을 알아봐 준다는 것.

by 알레
[지독하다]

1. 마음이 매우 앙칼지고 모질다.
2. 맛이나 냄새 따위가 해롭거나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
3. 날씨나 기온 따위가 일정한 한계를 넘다.
4. 어떤 모양이나 상태 따위가 극에 달하다.
5. 병 따위가 더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6. 의지나 마음이 매우 크고 강하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지독하다는 말, 살면서 요즘처럼 많이, 자주 들어본 적이 있을까 싶다. 보통의 경우 누군가에게 하는 지독하다는 소리는 그야말로 독기를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이 느껴졌을 때다. 이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대입해보면 1번, 또는 6번에 해당된다.


의미로만 보면 6번, '의지나 마음이 매우 크고 강하다'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실상 아무리 그 의미로 표현한다 해도 내면에는 다른 마음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와, 이런 지독한 인간, 결국 그걸 해냈구나'라고 표현한다 해도 그 속 마음에는 '독한 놈', 또는 '무서운 인간'이라는 의미도 내포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왜 난 이 말이 좋기만 할까. 한 번 그 이유를 떠올려 보았다.


우선, '누가' '어떤 식'으로 말했냐가 중요하다. 나에게 이 말을 하는 작가님은 요즘 내가 푹 빠져 덕질 중인 개짱이 작가님이다. 이런 피드백은 오히려 성덕이 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작가님과 함께 글루틴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또한 작가님 만의 화법이라고 해야 할까.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정받는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나는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면 열심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집착일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한 과정'은 나 스스로를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독하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진심으로 사력을 다하고 있음에 대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살면서 난 스스로 독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열심히 하는 것'과 '독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르다. 상황에 따라 둘 다 필요한 때가 있겠지만 나의 과거를 되돌려 보면 '열심'은 있고 '독함'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한계에 부딪히거나, 늘 넘어서지 못했던 벽을 마주할 때면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독기가 필요하다. 열심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나를 탐구하는 시간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의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나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매일 꾸준히 써 내려가니 글 속에는 내가 고스란히 담긴다. 한 개 두 개의 글에서는 모호하지만 100개, 200개의 글이 쌓이니 제법 '나'자신이 선명해짐을 느낀다. 목적이 분명하기에 지속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팀라이트는 글쓰기의 본질을 전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활동을 하는 팀이다. 글쓰기의 본질은 곧 글을 쓰는 나 자신이다. 나를 내어놓는 것에 지독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처음에는 퍼즐 처럼 그 조각만으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었던 내 모습이 어느새 조각 조각이 이어져 어떤 그림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게 내가 찾고 싶던 나의 모습이 '글'이라는 퍼즐 조각에 담겨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니 솔직히 이제는 더 지독해져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최근에 종영한 스트릿 맨 파이터의 유명한 짤을 보았다. '필독'과 '휴'라는 두 댄서가 배틀이 끝난 뒤 얼굴 한가득 웃음을 지으며 서로 이런 대화를 나눈다.


필독: 재밌었어?
휴: 재밌었어.
필독: 재밌었어? 그럼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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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맨 파이터의 본 방송 장면을 직접 촬영한 사진


사실 댄서들이야 말로 한 지독함 하는 사람들이다. 몇 분의 배틀을 위해, 또 하나의 무대를 소화하기 위한 연습량은 지독함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도 서로에게 묻고 있다. '재밌었어?'라고.


나의 글쓰기도, 또 우리의 글쓰기도 이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아무 대화 중에도 툭- 하고 나온 말에 "어, 글감 하나 나왔네!"라는 말로 답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어쩌면 서로 지독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우리는 진정 글쓰기를 즐기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글쓰기에도 댄스 못지 않은 희열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잔뜩 웅크려 앉아 응축된체 터뜨려주길 기다리는 감정을 쏟아내고 난 뒤 느껴지는 해방감. 그 맛에 글을 쓰는 것은 아닐까?


지독하든 아니든 어쨌든 글쓰기가 재밌다면, 그럼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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