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또 만나러 갑니다.

글 만남이 시작되는 시간.

by 알레

새벽 2시. 오늘도 어김없이 올빼미 나이트 중이다. 오늘은 몇 백 년에 한두 번 볼 수 있다는, 태양-지구-달-화성이 나란히 서있는 그런 날이라고 한다. 첨엔 별 감흥이 없었지만 그냥 궁금해서 잠시 집을 나섰다. 밤하늘에 휘영청 밝은 보름달과 그 옆에 작지만 눈에 띄게 밝은, 살짝 붉은빛이 감도는 점 하나. 그게 화성이었다. 세상 신기하다. 살면서 육안으로 화성을 다 보는 날이 있다니.


신기한 경험을 한 덕분에 기분이 살짝 들뜬다. 마침 아기 하원길에 사 가지고 온 닭똥집이 생각났다. 아내랑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셨다. 500ml 캔 하나를 둘이 나눠 한 잔 씩 마시면 거의 주량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겨우 250ml 한 잔 마셨나 싶은데 눈에는 마치 실핏줄이 터진 듯 간지럽다. 그래도 기분 좋게 알딸딸해진 느낌으로 오늘의 글을 쓰기 시작한다.








요즘 한 작가님의 글에 푹 빠져 지낸다. 홀로 책상에 앉은 새벽 고요의 시간에 작가님의 브런치 계정으로 놀러 간다. 쌓여있는 글들의 창을 내리다 보면 처음에 도착한다. 년도를 보면 2019년이다. 갑자기 드라마 시그널을 보는 기분이다. '지-익-, 지-익-, 이제한 형사님-' 혼자 피식 거리며 시그널의 대사를 흉내 내 본다. 작가님의 글을 하나씩 읽기 시작한다. 긴 호흡으로 몇 개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하트도 꾹-, 댓글도 꼬박 남기다 보면 점점 과거의 작가님과 친해지는 기분이다.


작가님을 만난 건 고작 몇 달 전인데, 전혀 알지도 못하던 시절의 그 사람을 만난다는 게 이렇게 재미난 일이었나 싶다. 그 시절 육아로 힘들어하던 그 마음을 담아 놓은 글을 읽고 있으니 지금의 내 현실이 오버랩되면서 감정이 이입되기 시작한다. 사실 대부분의 육아맘, 육아 대디들이 경험하고 넘어가는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글 속의 화자가 나를 공감해주는 듯 하니 마음이 뭉클해지고 가끔은 혼자 코 끝이 찡 해지기도 한다.


육아 에피소드, 지나온 삶의 이야기, 결혼생활 이야기 등 지금의 나와의 접점들이 발견될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음 글로 넘어간다. 마치 웹툰을 연달아 수십 화를 소화해내듯 몰입하게 된다. 오래전 글 속에는 작가님을 이해하고 그려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아-, 오-, 정말?' 혼자 오물오물거리듯 입 밖으로 작은 리액션을 내뱉는다. 시간은 곧 아침이 될 것 같이 흘러 일단 여기서 멈춰 본다.


나 역시 1년 6개월 정도 글을 쓰고 있다. 내 글 속에는 어떤 내가 담겨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읽어야 할게 많기에 당장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생각만 하고 넘어가지만 꼭 다시 한번 훑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글쓰기는 참 오묘하다. 첨엔 아무 생각도 방향도 없이 감정을 토해내듯 썼다. 그러다가 시선이 점점 나로 향함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내 감정은 어떤 상태이지?' 이런 생각들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내 글의 첫 번 째 독자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듯, 쓰면서 읽고, 퇴고하며 다시 읽는 과정을 통해 이번에 내가 나를 만나게 된다. 이래서 나를 더 잘 알고 싶다면 글쓰기를 시작해보라고 하나보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글 만남이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반가운 건 글 만남을 통해 사전에 내적 친밀감을 쌓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속에 담긴 생각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삶의 맥락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파편적으로 그려놓은 세계지만 듬성듬성 비어있는 공간에는 나의 이야기로 다리를 놓으며 다음으로 넘어가 본다. 그렇게 어느새 우리 둘의 이야기가 묘하게 엮여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래 꾸준히 글을 써온 사람만의 즐거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버린다. 일종의 자뻑 같은 생각 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작가님의 글과 그리고 나의 글로 하루를 정리해본다. 100개가 넘는 글이 쌓여 있어 다행이다 싶다. 앞으로도 이 여정이 오래 계속될 테니 말이다. 어쩌다 보니 요즘 읽는 재미에 빠져 살아가는 듯하다. 이제 내 글을 얼른 마치고 또 시간 여행을 하러 가야겠다.


지금 또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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