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팅 말고 카페라이팅

글이 잘 쓰이지 않는다면 환경을 바꿔보자.

by 알레

오늘도 아침은 잔잔한 두통으로 시작한다. 요즘 수면 주기가 틀어져 자주 두통을 느낀다. 아기 어린이집 등원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잠시 몸을 뉘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12시. 오전 시간이 훅 가버렸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바나나 한 개, 물 한 잔을 얼른 삼키고 부랴부랴 짐을 챙긴다. 짐이라고 해봐야 별 것 없다. 노트북 한 대, 그리고 책 한 권. 아, 다이어리도 잊지 말아야 한다. 책 속의 문장을 수집하거나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적기 위해서는 노트가 필수다.


어김없이 동네 스타벅스로 향해본다. 시간은 어느새 12:30. 직장인들로 가득할 시간. 자리가 있을지도 모를 상황이지만 그래도 뭔가 하려면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맞겠다 싶어 그냥 발을 옮긴다. 다행히 내 자리가 비어있다. 스타벅스에는 지정석이 존재하지 않음은 다들 알 테고 그냥 내가 매우 선호하는 자리다. 왼쪽에 벽이 있는 창가 쪽 바 테이블. 적당히 집중하기 좋고 주의가 적당히 분산되어 더 좋다. 작업을 하다 벽에 기대 쉬기도 좋고 무엇보다 테이블이 높아서 좋다. 앉은키가 큰 나에겐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으니.


KakaoTalk_Photo_2022-11-08-13-55-30.jpeg 이곳이 바로 앉으면 글이 써진다는 그 명당자리일세!


폭풍 수다라는 말처럼 오늘도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폭풍같이 몰려왔다 간다. 소란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고요해진다. 글쓰기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집에서 생활하는 나에게 한나절 소란은 오히려 촉매제 역할을 해준다. 잠들어 있는 나를 깨워주는 듯 그 속에서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사실 난 완전한 적막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서관에서도 칸막이 열람실을 선호하지 않았다.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싫어하지만 무엇보다 지나친 고요함은 오히려 숨 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런 점에서 카페는 현재의 나에게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카페에서 작업할 때 좋은 또 한 가지 이유는 불특정 다수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플러그가 있는 벽면 자리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노트북을 펴고 무언가에 열중한 사람들이 일렬로 앉아 있다. 인생이 아이러니한 것은 직장이라는 소속감을 버리고 나왔지만 또 다른 소속감에서 편안함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란 사람에게 완전한 고립은 생이 끝날 때에나 가능한 것이지 않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요즘 환경 설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작가님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분이신 것 같아요.' 맞다. 공간의 안정감은 나의 심리적 안정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작업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니 장소를 고르는데 조금 민감한 편이다. 아마 집이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 굳이 집 밖으로 나서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그리울 때가 아니라면.


외부 환경 설정만큼 중요한 것이 내부 환경 설정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해보면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다. 근래에 나는 내 안에 고착화된 캐캐 묵은 마인드를 깨버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스스로 세워 놓은 벽을 허물기 위해, 나를 한계 지었던 그 지점을 넘어서기 위한 시간을 살고 있다. 책 속에서 지혜를 구하고 글을 쓰며 나를 읽는 삶이 지속되니 점점 나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무엇이라고 아직은 표현하기 어렵지만 마치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면서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매일 실감하는 요즘이다. 시답잖은 이야기, 시시콜콜한 삶을 담아내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매일 써 내려가는 나의 행동은 점점 행위를 넘어 리추얼이 되어가는 듯하다. 읽고 쓰고 움직이는 삶을 나의 삶의 근간으로 삼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삶으로 향하게 된다. 이제는 '읽고 쓰고 움직인다'는 생각은 의식을 넘어 무의식으로 넘어가는 기분이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려운 이유는 잘 쓰고 싶은 게 크고 어렵지 않은 이유는 아무 말이라도 쓰면 된다는 유연함 덕분인 듯하다. 목적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방향이 달라질 것이고 부담감의 크기도 달라지겠지만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후자를 택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잘 쓴 글'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모호한 개념이기도 하다. 모호함에 갇혀있으면 한 발짝 나아가는 것조차 힘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편안하게 써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이 글처럼. 아무 말로 시작하여 글쓰기로 마무리하는 이 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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