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마음가짐
누군가의 글을 읽다 보면 문득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요즘 드는 생각은 나의 삶은 과연 '치열함'과 '느슨함'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에 대한 것이다.
삶을 바라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바라볼 수도 있을 테고 몇 가지 카테고리를 나누어 부분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나를 향해하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치열함에 더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내가 느끼는 나의 삶은 오히려 느슨함에 더 가깝다. 아이러니한 갭을 느끼게 된다.
이유를 고민해보니, 타인은 나를 부분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나는 나의 전체를 느끼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한 덩어리로 보게 되니 오히려 감정적으로는 손해 보는 느낌이다. 자꾸 나 자신을 노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나를 부분으로 나눠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덕분에 알게 된 것은 글쓰기 하나만큼은 치열함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을 쓰는 마음가짐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았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가. 대체 어떤 마음이길래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습관이다. 어느새 습관화가 되어버린 글쓰기는 오히려 안 하면 불편하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한 달에 10편 이상의 글은 써야 마음이 편하다. 사실 브런치 외에 다른 플랫폼에도 분량에 상관없이 글을 쓰고 있으니 족히 20편 이상은 쓴다고 생각한다.
글쓰기가 결코 쉽거나 편한 작업은 아니다. 생산하는 일이며 흰 바탕에 나의 무언가를 꺼내 기록해야 하는 과정은 여전히 버거울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해내고 난 뒤의 짜릿한 맛에 깊게 중독이 돼버려서이다. 이것이 바로 습관의 힘이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는 지금의 내 삶에 나를 치열함의 현장으로 밀어 넣는 유일한 작업이다. 육아도 있지만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치열함은 글쓰기가 전부이다. 나는 어딘가에 몰입하여 에너지를 쏟아붓는 느낌을 좋아한다. 최근 몰입감이 많이 사라졌었다. 집중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만큼 마음이 분산되어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면서 다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주장이지만 글쓰기는 치열함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 글에는 작가의 삶이 담기고, 신념이 담기기 마련이다. 진중하고 깊이 있게 사유하되 열정적으로 내뱉어야 한다. 적어도 독자에게 읽히기 위한 글이라면 더 그래야만 한다. 글쓰기는 곧 나를 그리는 것과 같기에 허투루 또는 거짓으로 해서는 안된다.
요즘 시대는 한 가지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참으로 어려워진 시대인 듯 보인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더 스마트해지면서 잘못하다간 저 100만 원이 훨씬 웃도는 네모난 작은 기계에 내 하루를 다 빼앗기고 만다. <마지막 몰입>의 저자인 짐 퀵은 책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디지털 빌런.'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물론 편리도 제공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빌런의 역할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간 활용과 집중력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우리는 그저 약자에 불과하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다가 메시지를 확인하고, 또 SNS를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글 속에 삽입할 사진이라도 찾기 위해 사진 앱을 불러오면 어느새 지난 몇 달 간의 사진을 훑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10분, 20분, 때론 1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글쓰기는 나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로부터 인내함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차라리 정신과 시간의 방이 있으면 낫겠다 싶을 정도다.
나의 글쓰기는 나를 쓰는 시간이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에세이는 나를 기록하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나의 내면을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안에 어떤 내가 들어차 있는지 하나씩 이해하게 될 때면 내가 확장되는 기분이 든다. 이를 위해서는 쓰는 것이 필수다. 글 속에는 언제나 가장 솔직한 순간의 내가 담긴다. 쌓여 있는 글은 북극성이 되어 나의 길을 비춘다. 이것이 나를 알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는 자기 검열관이 존재한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중 은근히 자기 검열관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럴 때면 빨리 쓰는 게 답이다. 나는 가능하면 1시간 이내에 글을 쓰려고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서서히 검열관이 등장해 내 글에 훼방을 놓기 시작한다.
물론 이 방법이 절대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방법이 있을 테니. 다만 적어도 나에겐 유용하다. 빠르게 쓰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집중이 필요하기에 이 방법을 택하는 이유도 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순간의 생각을 잡아 확장시키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생각-확장-글쓰기 3박자를 실천하는 편이다. 그래서 새벽의 고요한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된다.
치열함으로 쓴다고 했지만 글쓰기도 더 세분화하면 '어떤 글을 치열함으로 또 다른 글은 가볍게 쓴다'가 오히려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글을 꾸준히 쓰면서 돌아본 나의 글쓰기 마음가짐은 치열함 쪽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진심을 담은 거짓이 없는 마음을 뜻하는데 나에게 글쓰기가 그런 존재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섯 가지 마음 가짐을 적어 보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즐겁게 쓰기이다. 즐거워야 한다. 안 그래도 고된 작업이 고통만 한 가득이라면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싶다.
나에게는 잘 쓰고 싶다는, 잘 쓰는 사람으로 브랜딩 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그래서 더 욕심을 내게 된다. 욕망이 향하니 자연스레 치열해진다. 새벽에 무거워진 눈꺼풀을 비비며 써 내려갈 만큼.
오늘도 나의 소소한 생각을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