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며 배운 것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다.

by 알레

"작가님들, 우리 4주 동안 매일 브런치 글쓰기 해볼까요?"


글을 쓰기 위한 강제성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하는 작가님들께 제안을 했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있었긴 했으나 그보다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다'라는 신념을 실천하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의 셀프 챌린지는 시작되었고 주말은 쉬는 것으로 최종 진행 방향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꾸준히 글을 쓴 지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쓰다 보니 쓰는 게 좋았고 좋으니 자주 찾아오게 되었을 뿐이다. 기록이 쌓이니 그 속에 내가 묻어나기 시작했고 점점 선명해지더니 오히려 글 속에 담긴 내가 실제의 나에게 계속 쓰라고 재촉한다. 글쓰기란 이처럼 오묘하고 재미난 경험이다.


4주간 이 글을 포함하면 25개의 글을 발행한 셈인데, 공식 일정이 시작하기 전 먼저 시작한 것까지 더하면 28개의 글이 쌓였다. 주말을 쉬었다 해도 어떤 날은 생각이 꼬리를 물어 두 편, 세 편 쓰기도 했다. 주변에 글을 쓰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간혹 생각이 멈추질 않을 때가 있다는 점이다. 그럴 땐 쓰는 것 말고는 생각을 멈춰 세울 방법이 없다.


이 부분이 글쓰기가 주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글은 글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지경을 넓혀준다. 끊임없이 관찰하게 되고 듣게 되며 느끼게 만든다. 일전에 마케팅 업무를 하는 지인에게 '마케터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작가도 그들 못지않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호기심이 유별나게 많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후천적으로 감각이 발달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세상 별 관심 없이 살았던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더 그렇다.


그런데 글쓰기에 항상 선물 같은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글이 언제나 쉽게 쓰인다면 좋겠지만 대체로 그렇지 못하다는 게 가장 난제다. 말문이 막히듯 글문이 막히면 이 또한 한이 없다.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보다 겨우 몇 문장 진도 나가는 것에만 주어진 시간을 다 할애했던 적도 있다. 그럴 땐 영 찝찝하다.


답이 없다 싶을 땐 그냥 덮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전업 작가가 아닌, 전업 주부 육아 아빠이니 본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주어진 일상으로 돌아가 부산스러운 하루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글문이 열려 글감을 던져준다. 이래서 일상이 소중하다.


글쓰기의 또 다른 어려움은 어휘의 한계를 마주해야 할 때다. 가끔 누군가의 글을 접할 때 어렵지 않은 단어들이 조화를 이뤄 수려한 문장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나의 부족함을 여실히 느낀다. 감탄하지만 감탄에만 머물러 있지는 못하는 게 속내다. 부러우면서 괜한 질투심도 생긴다.


어휘의 한계는 곧 사유의 한계를 의미한다. "내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내가 사유할 수 있는 세계는 결국 내 언어가 닿는 곳까지이니 더 깊은 통찰을 끌어내지 못하는 나의 한계가 그저 한스러울 때가 많다.


앞서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하면서 뒤에는 '언어의 한계는 곧 사유의 한계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스스로 모순돼 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한계를 넘어서는 힘은 쓰는데서 길러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읽고 쓰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달리 보면 '내 언어의 한계를 확장하면 곧 나의 세계도 확장된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나의 세계가 확장되니 생각의 너비도 넓어지며 그만큼 생각의 꼬리물기는 길어지게 된다.








사설이 참 길었다. 그래서 매일 글 쓰면서 뭘 배웠냐 하면, 다른 무엇보다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결론이 참 싱겁지만 '진심'이라는 단어 하나에 모든 게 압축되어 담아낼 수 있으니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진즉에 알고는 있었지만 가끔은 스스로 확인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자칫 피상적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공들여 탑을 쌓는 것과 같다. 공든 탑이 무너지려는 속담처럼 결코 헛되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고 믿는다. 나를 알아가는 것도, 삶의 방향을 발견하는 것 또한 글(기록) 속에서 가능하다. 글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작가의 흔적은 다 감춰지지 않는 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고 싶다면 글쓰기를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쓰는 것이 고된 일이긴 하나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기 효능감을 고취시키는 데에는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매일'이라는 조건이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듯 하지만 설령 다 채우지 못했을지라도 쓰기 위해 매일 고민한 시간도 쓴 것으로 간주한다면 결국 매일 쓰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멈춰 선 글쓰기를 살릴 방법을 고민 중이라면 매일 쓰기 셀프 챌린지를 추천하고 싶다. 2022년 남아있는 두 달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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