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말이 없을 때 글 쓰는 방법

일상을 기록해보세요

by 알레

글쓰기를 시작할 때 얼마지 않아 겪게 되는 문제는 소재의 고갈이다. 10이면 10, 모두 이 문제를 경험하기에 글쓰기 강의에서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강의 주제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글쓰기를 위한 소재를 찾아내기 위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일상이다. 일상은 우리가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역이며, 관점을 달리하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이는 매우 입체적인 시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가장 평범해 보이고 모두가 같은 것을 느낄 것 같으며,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꺼내놓으면 제각각이고 새로우며 묘하게 동일하지 않다. 이것이 일상이 주는 매력이다.


오늘 오디오 콘텐츠 녹음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역삼역에 다녀왔다. 처음 집을 나서 근처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면서 마주한 사람들, 또 지하철 안에서 같은 방향으로 향한 사람들. 그리고 스튜디오가 있는 빌딩 안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 이 중 단 한 명도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없었고 같은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같은 옷을 입은 사람도 없었다.


내 삶은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이기에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전혀 새로울 게 없는 하루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나는 가장 유니크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구와도 같지 않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나의 삶. 우리의 일상은 사실 지루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유일무이한 것이고, 그래서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주 하게 되는 생각이 한 가지 있다. 세상에 참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고래에게 바닷물이 짜지 않은 것처럼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기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 참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온다.


나에게는 이제 제법 익숙해진 글쓰기이지만 누군가에겐 내가 이러고 사는 것이 그 자체로 신기해 보인다는 소리를 들을 때 기분이 참 묘하다. 어느새 나는 바닷물이 짠 줄 모르는 고래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느새 이만큼 걸어왔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누군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쓸 말이 없다고 하면서 이만큼 쓰고 앉아있는 나 자신에 또 또 한 번 놀랄 뿐이다. 어느새 일단 쓰기 시작하면 뭐라도 쓰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다.








글을 쓰다 보면 경험하는 것 중 하나는 글이 글을 쓰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에겐 이것이 가장 신기한 경험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오늘의 할당량을 써 내려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열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오죽하면 제목도 쓸 말이 없을 때 글 쓰는 방법으로 했겠나.


그냥 시작하라는 말은 이제 나에겐 만고의 진리처럼 들린다. 보통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곤 하는데 글쓰기에도 적용이 된다. 일단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 안개가 자욱하여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 발을 내디딜 만큼은 보일 정도의 길을 걷는 것처럼, 글은 계속 이어진다.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글 하나가 쓰이니 신기하지 않을 수 있겠나.


오늘도 이렇게 글 하나를 적어본다. 쓸 말이 없을 땐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적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아무 말은 써 놓고 퇴고의 과정을 통해 아무렇지 않은 말로 바꿔주면 그만이다. 그러니 다시 말하지만 쓸 말이 없다고 쓰기를 멈추지 말고 그냥 써보자. 안개 낀 길에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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