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력을 빨리 늘리고 싶다면 퇴고와 피드백 주기를 추천합니다.
작가에게 퇴고는 글쓰기와 한 세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마치 화장실에서 용변 보고 밑을 닦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퇴고를 잘 안 하는 스타일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힘줘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책을 출간하기 전처럼 여러 번 곱씹어 보지는 않는다. 지난번 출간 전 퇴고를 할 때는 노트북, 데스크톱 PC에서 읽어보고, 인쇄해서 또 한 번 읽어보았다. 출력되는 방식에 따라 읽히는 느낌도 달랐다.
이번에는 퇴고가 아닌 인사이터로 공저 출간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작가님들께서 매주 올리시는 글을 읽어보면서 적절한 피드백을 드리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아직 일정이 남았지만 처음 누군가의 글에 피드백을 하며 느낀 점을 기록해 보려 한다.
처음 피드백을 드릴 때는 내용보다 말투에 더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텍스트로 전달하는 것인 만큼 혹 오해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였다.
그럴만한 게 사실 '내가 뭐라고'하는 마음이 내 안에 깔려 있었던 것이 한 몫했다. '내가 뭐 엄청 대단한 이력을 가진 작가도 아닌데 누군가의 글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말투로 먼저 양해를 구한 뒤 피드백 내용을 전달해 드렸다. 다행히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이후부터는 수월했다.
피드백은 퇴고와는 또 다르다. 퇴고는 내가 내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작업이라면 피드백은 타인의 글을 객관적이며 또한 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읽어내야 한다. 퇴고는 보물 찾기처럼 어색한 단어나 부자연스러운 문맥이 잘 보이지 않는 반면 피드백은 아주 입체적으로 눈에 잘도 보인다.
퇴고는 내 글을 수정하는 것이니 제약이 없고 제한도 없다. 통 편집도 가능하다. 그러나 피드백은 저자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어딘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발견해도 무조건 골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혹 저자의 의도가 담겨있는 표현인지도 모르니.
오탈자 수정이야 요즘은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금방 해결될 간단한 문제다. 아니 어차피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초고에 오탈자가 가득이라 해도 딱히 문제 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맥락의 부자연스러움을 발견했을 때다. 소위 말해 통편집 각인 글을 만났을 때는 참 난감하다. 적정선을 찾아 최선을 다해 피드백을 드리며 저자가 스스로 고민하여 최종 결정을 하게 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지금까지 6개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드렸다. 총 8개의 글을 쓰는 프로젝트에서 이제 남아있는 글은 2개다. 한 사람의 글을 꾸준히 읽다 보니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글을 읽다 보니 점점 그 사람을 읽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람을 읽게 되니 다시 글이 달리 보이게 된다.
저자에 대한 배경 지식은, 텍스트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저자의 의중을 이해하게 만들어 준다. 6개의 글을 읽어가는 동안 나의 상상까지 더해지며 저자와 은근한 내적 친밀감이 형성된 듯하다. 그 덕분에 글을 읽는 동안 저자의 하루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어느새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글에 대한 몰입감이 높아짐을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당면 과제인 글의 완성도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한 걸음 물러나 다시 글을 읽기 시작한다. 객관성을 놓쳐서는 안 되는 만큼 비판적 시각으로 다시 읽어본다.
처음 피드백을 해보면서 퇴고와 마찬가지로 나의 안목이 자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에서 넘어 다른 사람의 글을 대하는 태도가 더욱 진중해진다. 문제점을 열심히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긴 하지만 나는 그보다 좋은 점을 발견하는데 더 애를 써본다. 초등학생의 시에서도 혜안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하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작가님의 글에서 좋은 점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나의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글을 읽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삶을 대하는 것이다. 누구라고 감히 타인의 삶에 함부로 잣대를 드리 댈 수 있을까. 피드백은 오히려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내가 나아서가 아니라 그저 내게 역할이 주어졌을 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