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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가. 어제의 나.

여행의 흥분상태에서 다시 일상으로.

by 알레

오랜만에 평소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아니 그전에, 최근 몇 달의 흐름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그 덕에 이른 아침을 맞이했다. 무엇을 할까. 막상 계획 없는 아침 시간의 공백에 자꾸 졸음이 들어찬다. 다른 때 같음 멍하니 앉아있다 다시 침대로 기어 들어갔을 텐데.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든 올빼미의 삶을 살아오던 어제의 나와 결별하고 싶다는 생각을 제법 오래 해왔기에, 오늘 만큼은 버텨내고 싶었다.


일단 책상에 앉아 음악을 켠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함께 미라클 모닝을 해보자는 의지를 나눈 친구에게 가벼운 아침 인사를 통해 한 발짝 나아갔음을 알린다. 혼자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에 꼭 누구 하나 끌어들여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의지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여독이 남아있는지 몽롱한 상태에서 글쓰기를 할까, 책을 읽을까 잠시 고민후 책 읽기를 먼저 선택했다. 아마 1년째 읽고 있는 책 같다.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의 최전선>. 읽다 내려놓고, 곱씹다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다른 쉬운 책들을 먼저 손에 쥐던가 아님 하루의 즐거움을 찾아 그것들로 채워가니 조금만 불편함을 느끼는 선택을 한다는 게 점점 어려워짐을 느꼈다. 그래서 오늘은 다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유용하지만 쉬운 선택들의 장점은 금방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초보일 때는 그것이 약이 되고 계속하게 만드는 강한 동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수준이 제자리에 머물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얻어낼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동기가 사라지고 매너리즘에 빠져 현타로 이어짐을 경험했다. 그래서 지속적인 삶의 레벨 업이 필요하다. 은유 작가님의 책은 나에게, 독서의 다음 레벨로 넘어가기 위한 자극제가 되어 주는 책이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레벨 업을 위해 아주 훌륭한 도구가 되어준다. 한참 흐름을 탔을 땐 하루에도 책 한 권은 읽어낼 만큼 빠르게 읽었다. 물론 그만큼 쉬운 책이었고, 자기 계발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긴 하지만. 그러나 아직은 독서의 근육이 단단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레이스를 했던 탓에 금방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잠시 쉬어간다는 생각에 다시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오니 어느 순간 또다시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책을 손에 쥐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글을 쓰기 위해 몰입하는 시간,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아빠로서의 역할을 다 해내는 하루를 살아갈 때 스마트폰에서 알려주는 하루의 스크린 타임은 보통 3시간 남짓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나의 스크린 타임은 6시간이 훌쩍 넘어버렸고, 그중 대부분은 소셜미디어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물론 일 적인 이유가 크지만 그래도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를 상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무엇을 하든 '왜'하는지가 명료하지 않으면 결국 지속력을 잃어버린다. 미라클 모닝을 해야겠다 다짐만 수개월째. 그러나 실제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역시 '왜'의 부재였다. 마찬가지다. 돈을 버는 것도, 명료하면서 설득력 있고, 하고 싶게 만드는 자기만의 이유가 부족하니 늘 출발선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이제 마음을 새로 하고 어제의 나와 이별을 고해 본다. 아니, 그러기를 또 한 번 다짐한다. 늘 그래왔던 반복된, 습관적 다짐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고 쓰기를 오늘도 이어나간다. 마음의 관성을 끊어내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지만 2월 한 달 동안 다시 나를 다져볼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해 본다. 그리고 그 아침부터 작별 인사를 해본다.


잘 가라, 어제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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