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일로 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퍼스널 브랜딩. 이제는 좀 지겨워진 걸까. 아니면 트렌드에서 밀린 키워드가 되어버린 걸까 싶다. 약 2년 전만 해도 SNS의 온갖 콘텐츠는 퍼스널 브랜딩 얘기로 도배되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ChatGPT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 보인다. 상위에 노출되는 콘텐츠들이야 대체로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들이니 어쩌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조금 케케묵은듯한 이 키워드를 다시 꺼내 든 이유는, 나에게 퍼스널 브랜딩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의 과정은 참 지난하다. 시간이 걸리고 노력과 수고가 잘 녹아들어야 겨우 될까 말 까다. 순간 반짝이듯 등장하여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는 브랜드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 잊히거나 그 자리에 다른 것이 대신하고 있자면 브랜딩이 제대로 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퍼스널 브랜딩은 더더욱 어려운 과정인 것 같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보면 우리 각자는 이미 퍼스널 브랜딩의 과정을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삶이라는 시간 동안 내 친구들에게 '이거 하면 쟤'라고 떠오르는 것. 바로 그것이 퍼스널 브랜딩 아니겠나. 물론 브랜딩이라는 본래적 의미와 비교하여 다소 비약이 심해보이는 비유였을지 모르겠다만 브랜딩은 결국 누군가로부터 브랜드의 존재가 강하게 인지되는 과정이고 현상이라고 본다면 맥락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싶어 적어보았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을 처음 접하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뒤로 각양각색의 헛발질과 헛스윙을 날리며 걸어온 세월이 그렇다. 단적인 예로 SNS계정의 성장을 퍼스널 브랜딩의 하나의 지표라고 본다면 난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 말인즉슨 아직 나를 뾰족하게 보여줄 무언가가 스스로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칠 때도 있고 동시에 계속 무언가를 시도해 보게 된다.
오늘은 나의 퍼스널 브랜딩 멘토 같은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의 성장은 나에게 항상 좋은 사례가 된다. 자기 계발과 내적 성장에 최선을 다하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그 과정을 기록하기를 꾸준히 해온 친구다. 한 번 두 번 본인의 강의를 론칭하면서 얻어진 가설검증의 사례를 통해 전자책을 썼고 결국 콘텐츠가 떡상하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는 인플루언서의 길에 들어서 이제는 만나기도 쉽지 않은 존재(?)가 돼버렸다.
오랜만에 만나 지난 몇 달간의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는 내가 자기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2년 전, 함께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그래도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그중 그래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나라고 한다. 돌파구를 찾아 고군분투하지만 여전히 풀어내지 못하는 모습이 늘 눈에 밟혔다는 발을 덧붙인다. 그러면서 꼭 잘 되었으면 하는 사람이라고. 고마우면서 한 편으론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그 친구도 인지도가 급 상승하는 시기를 만나기 전까지 약 2-3년의 시간을 고민과 불안과 방황 속에 보냈었다고 하니, 어쩌면 지금의 나도 헛발질과 헛스윙을 하는 건 그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퍼스널 브랜딩 3년 차에 접어들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딱히 내세울만한 결과는 없어 보이지만, 확실한 건 그 시간 동안 나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졌다는 사실이다. 자기 계발서나 동기부여 콘텐츠들이 하등 쓸모없다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누구나 채움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부정의 메시지를 채울 것이냐, 아니면 긍정의 메시지를 채울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이다.
내 주변에도 지식적으로, 콘텐츠적으로 가진 게 참 많아 보이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수차례 온라인 세계에서 퍼스널 브랜딩을 통한 수익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지만 참 똘똘한 이유를 대며 내내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그래 뭐 각자 인생이니 더는 말 하지 않겠다만 가진 게 없어 보이는 나로서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장난 삼아 그 친구의 머리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너의 지식을 다 나에게로 전송시켜라!'라고 주문을 외워보는 초등학생 같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만큼 나의 간절함이 그들에겐 쓸모없음으로 해석되는 상황이 또 한 번 나를 씁쓸하게 만든다.
2023년은 뭔가 좀 달라질까 기대해 본다. 여전히 나는 퍼스널 브랜딩 중이며 그 과정을 기록하는 중이다. 잠시 지쳐 손을 놓기도 했지만 이번주 세 명의 고마운 만남을 통해 다시 나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묵묵히 3년 차의 한 해를 또 채워 나가 볼 것이다.
누군가에겐 참 쉬운 것이 나에게는 여전히 막연하고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그렇기에 훗날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결국 난 될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