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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평범함 우리들이 만나 삶이 특별해집니다.

by 알레

'저는 너무 평범해요.'

'그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인걸요.'

'평범한 제 이야기에 누가 관심이나 갖겠어요.'

'살아온 인생이 너무 평범해서 쓸 말이 없어요.'


모두 다 내 이야기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마흔 살에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생의 답답함을 넘어 어딘가 묵직하게 밀려오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줄곧 느꼈다. 풀어내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살아내기 위해 계속 썼다. 누군가 봐주길 바라면서 기대감 뒤에 실망감을 미리 숨겨 두었다. 어차피 난 주목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직장을 떠나 홀로 서기를 하면서 습관처럼 내뱉은 '평범함'이라는 말속에는 '특별함'에 대한 강한 욕망과 결핍이 담겨있었다. 특별해지고 싶었고, 주목받고 싶었다. 누군가 이야기하듯 나의 이야기가 콘텐츠가 되어 나의 삶이 빠르게 누군가의 삶에 가닿길 바랐다. 조급했고 매 순간 낙심했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각이 조금 달라진 건 평범했기에 덤덤하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은 오히려 자유롭다는 뜻이다. 자유로우니 마음껏 나를 꺼내 놓을 수 있다. 마음껏 나를 꺼내 놓으니 막힘이 없고, 막히더라도 언제든 자유롭게 뚫어버릴 수 있다.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특별함을 부여한 누군가로부터 구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속받지 않는 삶이기에 나는 오늘도 나를 내어놓을 수 있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글로 만난 사람들이 많아졌다. 재밌는 건 대부분 자신을 평범하다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서로에게서 특별한 무언가를 읽어낸다.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우리 모두 글을 쓰지만 글 속에 담긴 생각도, 감정도, 그리고 표현 하나도 다 다르다. 같은 글감을 가지고 내어놓는 이야기조차 제각각이다.


마흔에 접어들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조급했다. 빠르게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고, 40대가 다 끝나기 전에 모든 것을 완성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늘 쫓기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특별해지지 않으면 무언가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함께 글을 쓰며 깨달았다. 특별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은 평범한 우리들이 만나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지 않을까.


사십춘기를 살아가며 이제야 나는 나의 속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빠르게 닿고 싶었던 마음도 많은 부분 내려놓았다. 40대가 좋은 건 그만큼 인생의 경험치가 쌓여있다는 점이다. 경험치가 쌓였다는 것은 녹여낼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졌음을 의미한다.


나는 평범할지 모르겠지만 글로 내어놓는 나의 삶은 평범하지 않게 읽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내어놓는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한 사람을 기다리며 오늘도 그저 묵묵히 나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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