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버려 두세요
'마음이 마음 같지 않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생각할 때면 이 마음이 자주 들고는 하는데 말 한마디에도 해석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저자는 독자의 해석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고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듯하다. 특히나 요즘처럼 텍스트로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에는 말이다.
제 아무리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해 봐도 상대가 이미 마음이 틀어져 버리면 모든 건 허사가 된다. 아니 오히려 무리한 노력이 더 큰 골을 만들어 내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살면서 겪고 싶지 않은 이런 경험들을 직, 간접적으로 겪다 보니 이제는 그냥 내버려 두는 쪽을 택한다. 성격상 답답하고 찝찝함이 남지만 그건 내가 해소할 몫이니 더는 그 대상에게 마음을 두지 않는 쪽이 오히려 상황을 정리해 주는 것 같다.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한다는 것이 타인의 경우를 두고 이야기할 땐 참 쉽게 나오는 말인데 내 상황일 땐 결코 쉽지 않다. 만약 누군가와의 사이에 오해라는 벽이 세워진 상태라면 물러서기보다 풀고 싶어 마음이 급해지고, 상대가 일방적으로 밀어낸 거라면 억울함과 짜증에 들이박고 싶어 진다. 반대로 내가 밀어낸 거라면 오히려 한 발이 아니라 두 발, 아니 열 발도 뒤로 물러서 버리니, 관계의 개선을 위해 한 발 물러선다는 취지와는 또 전혀 맞지 않은 선택을 하는 셈이 돼버린다.
이래서 나이가 들수록 관계가 점점 피상적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피상적인 관계가 빈번해지니 점점 깊어지는 것이 어색하다. 아니 깊어지는 방법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깊어지려 하면 누군가는 부담스럽거나 불편을 견뎌야 한다. 어릴 땐 전혀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아마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 변해버린 것 같다. 한 편으로는 에너지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나의 하루를 감당해 내는데도 벅찬 게 요즘 세상이니.
사실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와도 잘 지내고 싶고, 어느 정도는 깊어지고 싶다. 난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인 만큼 사람과의 유대감, 교감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 그런데도 누군가 너무 격 없이 훅 치고 들어오면 뒷걸음질부터 치고 본다. 아마 그동안 누군가는 격 없이 훅 치고 들어간 나에게 그런 기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참 맥락도 없고 감작스럽지만 혹 그런 감정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어쨌든 상황이 마음과 같지 않게 흘러갈 때는 억지로 그것이 되게끔 힘을 주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자. 어차피 안 볼 사이라면 더더욱 미련 따위도 던져 버리는 게 역시 정신건강에 좋다. 만약 계속 볼 사이라면 그냥 그렇게 흘러가다 언젠가 또 자연스러워질 테니 이 또한 너무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아, 물론 대판 싸운 경우라던가 아주 깊은 오해가 쌓인 것이라면 적어도 풀기 위한 액션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인간관계라는 것이 참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참 맞다. 그래서 어렵고 또 그래서 늘 배우고 깨닫게 된다. 복잡하고 때론 지치게 만드는 게 인간관계라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인간군상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라 지루할 틈이 없어 좋은 것 아니겠는가.
하아, 일단 난 내 아들내미의 속부터 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