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힘 빼고, 적당히, '잘' 하고 싶다.

찐 고수들은 '적당히'라는 표현을 참 잘도 하더라.

by 알레

'적당히'라는 말. 살면서 이것만큼 모호하지만 또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음식을 할 때, '적당히, 먹기 좋게 간을 하시면 돼요'라는 말. 도대체 그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가 싶으면서도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작업이 아닌, 경우에 따라 간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딱 떨어지는 용량을 말한다는 것은 또한 어불성설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적당히'라는 말은 모호하지만 동시에 적확한 표현인 것 같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찐 고수들이 유독 '적당히'라는 표현을 잘 쓰는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정작 그들은 '적당히'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진짜 곧이곧대로 듣고 적당히 했다간 죽도 밥도 안된다.


'적당히'만큼 많이 듣는 말은 '힘 빼기'다. '힘을 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이제 그저 실소가 난다.


한때 수영을 오래 했다. 수영을 잘하고 싶어서 다양한 영상도 찾아보고 이미지 트레이닝과 근력운동을 병행했던 적이 있었다. 정확한 자세로 더 빠르게, 그리고 오래 영법을 구사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고수 회원님들께 물어보면 다들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힘을 빼세요." 그래서 진짜 힘을 빼봤다. 그랬더니 자세가 틀어지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질 않은 채 꼬르륵 가라앉아버렸다.


물론 잘 알고 있다. 힘을 빼라는 게 몸이 구부정해질 만큼, 자세가 틀어질 만큼 온몸에 힘을 다 빼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내 나름 이해해보고 싶어서 온몸으로 노력해 봤던 것뿐이다. 굳이 오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적당히'와 '힘을 빼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탄탄한 기본기를 쌓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 요리사가 적당한 소금 한 꼬집을 집어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짜고 싱겁기를 반복했을까. 그리고 수영의 고수들이 돌고래처럼 물의 흐름을 타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먹었을까. 다시 생각해 봐도 그냥 되는 것은 없다. 잘하려면 반드시 견뎌내야만 하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나도 늘 잘하고 싶다. 무엇을 하든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해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우연히 지인과 '자기 인정'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누군가 나에게 '잘한다'라는 말을 했을 때 그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보며 그분이 질문을 던지셨다. '알레 작가님은 언제쯤 본인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잠시 고민을 하다, '아마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그 분야를 생각하고 있을 때쯤이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작업이라면, 일상의 장면과 만남, 대화들이 이어지는 중에도 '디자인적 사고'가 계속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의 문제는 스스로에 대해 쉽게 인정해주지 못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좀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직도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게 쉽지만은 않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마음이 나에게 저주받은 시지프스의 돌처럼, 굴려도 굴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조금은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의 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먼저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면 잘 해내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지금의 부족한 나를 '부족하다' 여기기보다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바라봐주자.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적당히, 힘을 빼고 하시면 돼요'라고 무심하듯 툭 내뱉는 고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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