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육아생활
주말. 평일에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에게는 꿀 같은 휴일이지만 아이가 있는 육아맘, 육아아빠들에겐 주말이 휴일이 아니다. 오히려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날이 좋으면 무조건 밖으로, 날이 좀 흐리면 키즈카페로, 그것도 여유치 않으면 쇼핑몰에라도 가야 한다. 멈출 줄 모르는 아이들의 질주를 따라가려니 점점 무릎이 욱신거린다.
형제자매가 있는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외동인 우리 아이는 늘 혼자이다 보니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자주 보는 콘텐츠도 대체로 한결같다. 요즘은 핑크퐁과 로보카폴리, 그리고 최근 핑크퐁 앤 컴퍼니에서 새로 제작한 씰룩이라는 것을 자주 보는데, 어른도 그렇듯 TV는 보고 있으면 하루 종일 보게 되니 주말엔 특히 지양하려 한다.
또다시 주말, 이번엔 또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아기 친구네 집 아빠한테 연락이 왔다. "혹시 이번주 토요일에 공동육아 하실래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안 그래도 그 집 아이도 보고 싶었는데.
우리 아들과 그 집 딸은 동갑내기이다. 둘 은 4일 차이로 태어난 1월생들. 아빠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겹치면서 인연이 닿아 이제는 서로의 집에도 왕래하는 사이로 발전한 신기한 인연이다. 현재 그 친구네는 둘째를 임신 중인데 아기 엄마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출산 때까지는 꼼짝을 못 하는 처지다. 그래서 아빠육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주말엔 뭔가 도움이 필요했나 보다.
오랜만에 만나 함께 점심부터 저녁까지, 그야말로 집이 초토화되는 시간을 보냈다. 평소 같음 이 정도로 어질러지지 않는데 아기 둘이 만나니 텐션이 저세상을 넘어 어딘지 모를 차원의 공간으로 뻗어나갔다. 거실에서 침실까지, 왔다 갔다는 기본. 침대 위는 트램펄린이 되었고, 한 명이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다른 한 명이 또 굳이 그걸 가지고 놀고 싶다고 떼를 쓴다.
중재의 횟수와 피로가 비례하는 만큼 아이들의 즐거움도 함께 커져가는 듯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두 아이 모두 낮잠을 안 자려고 부단히 도 애를 쓰길래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나갔다. 요즘따라 더 많이, 더 자주 걷고 싶어 하는 아들은 극구 내려 달라고 떼를 쓴다. 떼를 쓰다 결국 울고불고 난리를 치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깨똥벌레도 아니고,,,
잠시동안의 평화가 이어지고, 그 사이 어른들끼리의 쉼과 차분한 대화를 만끽하는 그 시간이 어찌나 좋던지. 언제 깨질지 모를 평화를 누리고 싶어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눴다. 내내 하이텐션으로 놀아서 그런지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잤다. 제발 늘 오늘만 같기를.
더 길게 자면 밤에 안 잘 것 같아 일부러 깨우니 잔뜩 심통 난 녀석들을 달래주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으로 꼬신 뒤 저녁을 먹었다. 푹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은 아이들의 체력은 이미 모두 완충 상태. 한 판 더 신나는 난장을 벌이고서야 오늘의 공동 육아는 끝이 났다. 마지막은 사실상 강제 연행과 같은 모습으로 아기 아빠가 후다닥 데리고 나갔다.
가끔이지만 혼자인 아이에게 또래의 친구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너무나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경쟁과 친목이 공존하는 둘 사이의 시간에서 아이는 무엇을 느꼈을까. 어떤 재미난 경험을 쌓았을까. 어느새 이렇게 커서 둘이 서로 짧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두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 집은 난장판이 되었어도 행복은 그 이상이었으니 더 자주 함께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웃 간에 교류가 거의 없는 시대에 이런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리고 그런 이웃들이 더 많아졌음 하는 바람이 생겼다. 함께의 가치가 참으로 소중하다. 내 아이가 자라 가는 시간에 함께의 소중함을 더 많이 경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