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육세이를 씁니다.
요즘 난 아이를 재우기 전,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를 실천하고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정작 나는 책 보다 TV를 더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마음속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친한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육아 선배이기도 한 작가님의 한 마디 조언은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라는 것. 특히 아빠가 읽어주는 것이 아들 육아에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었다.
자기 전에 본인의 동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보자고 한다. 그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면 싫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의외로 아빠랑 누워서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또다시 반성의 마음이 올라온다. 진작 아이와 잠들기 전에 책 보는 시간을 가져볼걸.
아이가 재밌기를 바라는 마음에 최대한 할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 준다. 아직 28개월 아가에게 텍스트 하나하나를 다 읽어 주는 건 오히려 아이에게 지루함을 더하는 듯하여 그냥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마음대로 지어낸다. 훗날 아이가 책들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림책을 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동안 아이는 보통 10시가 넘어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았다. 심할 때는 11시도 자주 넘겼다. 최근에는 9시 즈음이면 눕히려고 노력한다. 역시 그러려면 엄마 아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바쁜 일,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낮에 끝내려고 한다. 덕분에 최근 스마트폰 스크린 타임이 1시간 가까이 줄었다. 그동안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많았음을 깨닫는다.
그동안은 아이를 아이 전용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을 시켰는데 요즘은 간단하게 샤워로 끝낸다. 이 또한 시간 단축에 많은 일조를 하고 있다. 더 어렸을 때는 목욕하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씻기 싫다는 것을 가진 실랑이와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뒤바뀌어 버렸다. 덕분에 간단한 샤워만으로도 충분히 상호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아이에게 약속이라는 개념을 가르쳐 주고 있다. TV를 봐도 시계를 가리키며 '바늘이 숫자 여기까지 오면 끄는 거야'라던가, '씻고 나면 아이스크림 먹고 치카치카하는 거야' 등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하게 된다. 물론 아이는 정확한 의미도 모른 체 '응'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 때면 약속 시간에 늘 한바탕 저항을 한다. 그래도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함을 강조하면 결국 받아들인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 주는 건 아이를 향한 아빠 스스로의 약속이다. 고로 내가 꾸준히 지켜내지 못하면 아이는 자기 전 책 읽기 시간은 언제고 하지 않아도 될 가벼운 무언가로 여기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조금은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잘 지켜내려 오늘도 노력했다.
가장 큰 적은, 다름 아닌 졸음이다. 왜 그렇게 아이랑 함께 누우면 잠이 쏟아지는 건지. 그저 신기하다. 오늘도 책 5권을 들고 들어가 3권쯤 읽고 나니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다. 겨우 참아내며 다음 책을 펼치지만 점점 혀가 꼬인다. 어느새 정신을 놓고 있는 아빠. 이럴 땐 아내의 핀잔을 듣거나 아니면 얼른 상황 종료를 외치며 불을 끄고 아이와 같이 잔다. 오늘은 다행히 얼른 상황 종료를 외치며 불을 끄고 잠시 누웠다.
낮잠을 자듯 한 숨 자고 나와 글을 쓰며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따라 생각회로가 멈춘 듯한 상태로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던 중 그냥 습관적으로 글쓰기 버튼을 눌렀고, 결국 또 글을 쓰게 되었다. 나에게 글쓰기 버튼은 생각 버튼이다. 어쨌든, 무엇이든 꺼내어 놓게 만든다. 덕분에 오랜만에 육세이를 기록해 봤다. 앞으로는 육세이도 더 자주 기록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