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어린이날

이것은 육아 아빠의 생존 기록

by 알레

두둥! 하필. 오늘. 5월 5일. 어린이날. 비가 내린다! 아치부터 채팅방에는 여러 소식들이 들려오는데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다. '나가지 마세요' 도로는 꽉 막히고, 실내는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는 소리를 전해 들었다.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비도 세차게 내려가지고...


아침부터 오늘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눈에 선했다. TV는 하루 종일 틀어져 있을 거고, 거실은 어질러질 것이기에. 진작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다. 역시나. 예상은 적중했다. 그래 뭐, 오늘은 휴일이니까. 전업 육아 중이라고 해도 휴일은 이상하게 휴일로 다가온다. 사실상 평일과 다를 게 없는데도 오늘따라 긴장이 풀어지는 기분이다.


'오늘은 아이가 하고 싶은 거 다 들어주자!' 나름의 다짐을 하였건만, 점점 끓어오르는 속의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웬만해선 낮잠을 자려하지 않는 아이는 버티고 또 버티며 온갖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짜증과 동시에 오늘따라 식욕이 왕성해졌는지, 아침에 죽 한 그릇을 먹고 난 뒤, 우유 1팩, 주스 2팩, 핫도그 3개, 꼬깔콘 조금, 인절미 조금, 사과 조금, 아이스크림 1개, 요구르트 1개를 먹어 치웠다. 물론 아이가 각각을 혼자 다 먹는 건 아니니 엄청난 양을 저 혼자 먹은 건 아니지만 평소와 다르게 계속 뭔가 당기는 듯했다. 아이스크림은 더 달라는 걸 배가 아플까 봐 열심히 설득하여 겨우 말렸다.


정말 차라도 태우러 나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화장실에 간 사이 거실이 조용해진다. '뭐지? 이 고요함은?' 나와보니 아이는 거실에 잠들어 있는 상황. 결국 버틸 만큼 버티다 잠든 것이다.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제 뭘 하면 좋을까?' 방에 앉아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오늘도 글쓰기를 이어간다.


비가 내리는 휴일은 정말 곤욕스럽다. 아이를 데리고 근처 쇼핑몰이라도 가고 싶지만 사람에 치이는 그곳에서 잔뜩 예민해질게 뻔하니 집을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키즈 카페나 물놀이가 가능한 어딘가는 쇼핑몰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니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물론 아직 28개월 아가에겐 키즈카페도, 물놀이도 여러모로 제약이 많은 건 사실이니.


만약 여행을 계획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역시 비 오는 날의 여행은 고행길과 같기에. 그리고 예약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이미 예약이 폭주하는 상황이니 이것도 어렵다.


그래서 결국 집에 있게 된다. 가끔 혼자 상상해 본다. 집이 제일 재밌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아파트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단독 주택이라면 적어도 구현해 볼 수 있을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 2층 구조의 집에 계단에는 미끄럼틀이 같이 있고, 방 하나는 완전 놀이방으로 꾸미고, 거실 창 밖으로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면서 창을 열어도 비가 들이치지 않는 처마가 있는 집. 그 아래 작은 커피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집이 답답하면 잠시 나가 앉아 있을 수 있는 집. 그런 집을 상상해 본다.


나의 집은 나와 내 아이의 꿈이 자라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가장 안전한 곳이고 충전이 되는 곳이며 상상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비록 현실은 그에 가깝지 않지만.


거실에서 아이의 꿈틀대는 소리가 들린다. 평화는 끝났다. 이 글도 이쯤에서 끝내야 할 것 같다. 이제 곧 후반전이 시작된다. 아자!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