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현재에 대한 심폐소생술

- 코로나 시국에는 추억 여행도 좋습니다.

by 알레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귓가에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 음악과 비교하면 올드한 사운드다. 근데 그 음악은 언제나 날 90년대 초. 중반의 어느 시절로 데려간다. 아득하기만 한 그 시간이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늘 같은 장면이고 러닝타임은 고작 1분도 안된다. 그렇지만 그 1분도 안 되는 장면과 올드팝의 BGM의 조합은 잠시 눈을 감기에 충분하다.


KakaoTalk_20210730_112822451_01.png
KakaoTalk_20210730_112822451_03.png 이미지 캡처: 유튜브 영상 USA For Africa - We Are The World (https://youtu.be/s3wNuru4U0I)


이번엔 트랙을 바꿔본다. CCM.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어디쯤, 교복을 입은 나는 기타를 한 대 들고 있다. 청소년 시절은 교회의 예배팀에서 열정을 불태웠던 시절이다. 되지도 않는 고음을 내보겠다고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메말라 버린 듯 한 가슴에 단비가 내리는 듯 촉촉해진다. 그 시절 뜨거웠던 내 안에 무언가가 다시 끓어오르는 듯하다.




가끔 과거를 추억해보면 마치 심폐 소생술을 받은 듯 가슴이 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 시절의 감정과 기분,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장면들, 그리고 에너지까지 모든 것이 다시 나를 휘감아 도는 것을 느낀다. 현재의 나는 그때의 나와 다른 결의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힘이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결이 달라진 것이다.


현실감은 더 커졌고 세계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와 밀접한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어쩌면 소싯적에 더 지구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이슈들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보다 실질적으로 나의 아이가 실제적으로 살아갈 주변의 환경이 더 크게 다가온다.


단순히 나이만을 변수로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의 변화에 나이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단지 숫자의 늘어남이 아니라 세월이 쌓여가는 것인 만큼 나의 세계도 세계관도 변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나이 듦이 때론 씁쓸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허리 통증과,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가득 담겨있는 피로감, 점점 거무죽죽해지는 낯빛은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제껏 줄곧 그래 왔듯 난 나이를 먹는 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생각이 깊어지고 삶의 지혜가 쌓여가고, 사람이 점점 무르익어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좋다. 소소한 것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좋고 삶에 대해 더 진중해지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좋은 건, 아득하지만 추억할 수 있는 그 시절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제는 가깝지 않은 그 시절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음이 좋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나긋나긋 오랜 옛이야기 보따리를 풀듯 자료화면에나 나올 것 같은 시절을 살아봤음이 좋다.


좋은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추억할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좋은 사람들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길 바라본다.


KakaoTalk_20210730_144204347.jpg 나의 어린 시절 지금의 여의도 공원은 롤러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던 광장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