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의 모순

- 다시 쓰는 퇴사 이야기

by 알레
에피소드 01. 바쁘다면서,,,


사무실에 있으면 경험하게 되는 낯선 풍경이 있다.


익숙한 컴퓨터 화면이다. 그러나 우측 하단 아주 작은 창이 하나 열려있다.

그리고 그 창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싸우고 있다.


그렇다. 이미 예상하고 있듯이 게임을 틀어놓고 일을 하는 모습이다.


‘와우, 이 인간은 뭐지?’

생각하지만, 회사의 어느 누구도 그를 나무라지 않는다.


참 웃긴 것은 그는 언제나 자신이 바쁘다고 말한다.



에피소드 02. 하기 싫다면서,,,


팀장님은 언제나 그 업무에 관여하기 싫다고 한다.


아침마다 사무실에서 어지간히 투덜거린다. 무엇이 못마땅한 건지 다들 알고 있다.

심지어 솔루션도 모두 다 안다. 정작 본인만 모른다.


그냥 안 하면 된다. 그냥 그 일을 해당 팀에게 넘기면 된다.

그런데 넙죽넙죽 잘도 승낙하면서 뒤에서는 구시렁거린다. 참 듣기 싫다. 밉상이다.


내체 누굴 탓하랴...


에피소드 03. 나는 모르잖아,,,


또 팀장님이다. 회사 방침에 따라 팀장님께 하던 업무를 넘겨 드렸다.


그리 수익이 잘 나는 사업도 아니다 보니 참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지만

업무를 새롭게 분장하기로 한 회사의 방침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팀장님은 아직도 나에게 이 일을 물어본다. 처음에 한두 번은 자세히 설명드렸다.

그러나 계속 반복되니 나도 짜증이 났다.


언젠가부터는 팀장님의 질문에 답을 할 때 꼭 이런 말을 덧붙이게 된다.

‘전에도 제가 말씀드렸듯이,,,’


어이없는 건 그럴 때마다 팀장은 이렇게 답변한다.

‘나는 잘 모르잖아...’


대체 이 상황은 뭐지?


jared-rice-O6DUoIl6NWA-unsplash.jpg '헐~'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하며 우리는 끝도 없는 모순에 부딪힌다. 고작 에피소드 세 개뿐일까. 각 조직마다 팀마다 경험들을 늘여놓자면 끝이 없는 릴레이가 될지도 모른다.


솔직히 딴짓을 하는 것 정도는 한 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애당초 회사의 문화가 일 할 때 하고 쉴 때 쉬는 문화라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띄게 딴짓을 하면서 모두가 손을 보태야 할 때마다 유독 바쁘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무슨 경우일까.


5년간 현 직장에서 생활을 하는 동안 중간 관리자 역할의 부재를 여실히 경험했다. 무엇하나 제재하지 못하는 팀장님. 알면서도 묵인하는 사장님. 결국 각자도생의 문화가 정착되어 버렸다.


그러니 누굴 탓할 수 있을까.


“너희 중 누구든 죄 없는 사람이 이 여인을 돌로 쳐라”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다. 이를 빗대어 이야기하면 현 직장에서는 어느 누구도 서로의 잘못된 것을 보고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각자의 해석에 따라 편리를 취하고 있었다.


업무 시간에 게임을 하던 직원은 격려를 받으며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은 고 사양의 게이밍 노트북뿐이다.


어쩌면 뒤이어 그 노트북을 사용하게 될 후임자에게는 시쳇말로 개이득인 셈이지만 여전히 구닥다리 데스크톱을 물려받아 사용하는 다른 부서 누군가에게는 역차별이 되어버린 모순 그 자체의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니 누가 회사에 마음을 다 하겠는가.

그리고 이미 떠난 마음들은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결국 모순은 또 다른 모순을 만들 뿐이고 우리는 각자 살기 위해 애쓸 뿐이다.

keyword